[더리포트]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어여쁜 줄무늬를 가진 열대어, ‘제브라피쉬’ 덕분에 백혈병·혈액암과 같은 난치 혈액질환 치료길이 열렸다고 2일 밝혔다.

연구원 소속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단장 명경재) 이윤성 연구위원이 이끄는 분자유전학팀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와 공동연구로 혈액세포의 근간인 ‘조혈줄기세포’의 생성 원리를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혈액세포(Blood Cell)’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모두 일컫는 세포다.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고 면역을 담당하는 등 생명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혈액세포를 만드는 역할은 ‘조혈줄기세포(Hematopoietic stem cell)’가 담당한다.

혈액세포의 근간, 조혈줄기세포 생성 원리 밝혔다과학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제브라피쉬(Zebrafish). 얼룩말(Zebra)처럼 검은 줄무늬가 있는 최대 5cm크기의 열대어다. 유전체 구조가 인간과 85%이상 유사하며 다양한 유전자 조작과 형광이미징이 가능한데다 생명력이 강해 실험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그림 출처 : 한국유전자협회)​
혈액세포의 근간, 조혈줄기세포 생성 원리 밝혔다과학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제브라피쉬(Zebrafish). 얼룩말(Zebra)처럼 검은 줄무늬가 있는 최대 5cm크기의 열대어다. 유전체 구조가 인간과 85%이상 유사하며 다양한 유전자 조작과 형광이미징이 가능한데다 생명력이 강해 실험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그림 출처 : 한국유전자협회)​

척추동물의 조혈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성체가 되는 발생 시기(유생 단계)에 대동맥 내피 세포로부터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와 각각의 기능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은 원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히스톤 단백질이 뭉치거나 DNA사슬이 엉기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전정보 손실 또는 유전자의 무분별한 발현이 일어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 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함을 밝혔다.

연구진은 우선 조혈줄기세포 생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제브라피쉬에 무작위로 돌연변이를 유발해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문제가 있는 모델을 제작했다.

이어 13,000여 마리를 분석해 유전자 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어내는 차세대 시퀀싱(Next Generation Sequencing)한 결과 Supt16h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단백질 기능을 상실함을 확인했다. 즉 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혈액세포는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와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 혈소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 출처 : GIB)​
혈액세포는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와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 혈소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 출처 : GIB)​

나아가 Supt16h가 결여되면 세포 발생을 조절하는 ‘노치(Notch)신호’ 체계에 이상이 생김을 발견했다. Supt16h가 제 기능을 못하면 종양억제 유전자인 p53이 지나치게 발현, Notch 억제 유전자 phc1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세포 발생에 중요한 Notch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켜 조혈줄기세포 생성 저해로 이어졌다. 요컨대 Supt16이 종양억제 유전자 p53을 매개로 Notch 신호 전달을 조절하여 조혈줄기세포 발생을 관장하는 것이다.

이윤성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 Supt16h가 특정 기관과 세포 발생에 필수적인 유전자 발현을 조절함을 밝히고, p53을 매개로한 Notch 신호 체계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재생의학 분야에서 조혈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뿐 아니라 백혈병 등 혈액 질환 치료법 개선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다양한 돌연변이 제브라피시를 제작해 DNA 복구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필수적인 유전자와 각각의 기능을 밝히고자 한다”며 “난치병 정복을 위한 IBS와 제브라피쉬의 활약.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IF 20.042) 온라인 판에 11월 24일 오전 1시(한국시간)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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