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동남아의 중요한 사회, 문화 현상과 정치 현주소를 보여주는 책.' 

신간 <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눌민, 2020)를 요약하면 이 한 줄이 된다. 보통 이런 류의 책은 논문이나 리포트처럼 딱딱하다. 그러나 이 책은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종횡무진 누빈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케이팝’은 독자의 구미를 당기기 위한 ‘미끼’가 아니다. 동남아를 분석하는 키워드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케이팝은 이미 흥미로운 학문적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문화사회학, 인류학, 미디어학 학생들이 케이팝을 소재로 다양한 논문을 쓰고 있다. 2018년경 필자도 케이팝 관련 영어 논문을 전부 검색해서 찾아본 적이 있는데, 정말 다양한 나라,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생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케이팝을 소재로 논문을 써내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특히 아시아를 주제로 삼은 연구자들에게 케이팝은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의례와도 같다. 34쪽

요즘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등으로 대표되는 케이팝 그룹의 인기는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저자는 이 케이팝에서 좀더 보편적인 가치를 발견한다. 바로 케이팝 열풍은 전 아시아에 적용가능한 문화 플랫폼이며, 전 지구적 문화교류와 교차의 산물이자 국적을 뛰어넘는 범아시아적 발상의 결과라는 것이다.

... (여자)아이들이라는 걸 그룹은 한국인 3명, 태국인 1명, 중국인 1명, 대만인 1명으로 이루어졌다. 무척이나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인데, 이 젊은 외국인 친구들이 2~3년 만에 상당히 뛰어난 수준의 한국어를 완성해, 국내 활동은 100퍼센트 한국어로만 한다. 6명이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한다. 태국인 멤버 민니는 음악성이 뛰어난 음색장인이고, 중국인 멤버 우기는 털털한 예능감이 일품이고, 대만에서 온 슈화는 꽤나 돋보이는 청순미와 개그감으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58쪽

저자는 케이팝에서 보이는 합리적인 시스템, 계약 관계의 혁신, 미디어의 개방성과 공유, 자유로운 표현, 공정한 경쟁, 세계적 수준의 도덕적 감수성 등이 더해져 뚜렷한 문화적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아시아 시대의 징후적 현상”이다.

이 책에 대해 출판사는 ‘거침없는 필력으로 써내려간 책’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는데, 전혀 과한 수사가 아니다. 일간지에서 오랫동안 기자 활동을 하며 닦은 취재 스킬 외에 필자의 전공인 비교아시아학의 학문적 성취가 다년간의 동남아 체류에서 얻은 경험과 잘 버무려졌다.

또한 케이팝 뿐만 아니라 부동산, 물물거래, 이주 노동, 이민, 엔터테인먼트 등에 이르기까지 동남아시아에 대해 다루는 소재가 풍부하다. 특히 다음 문장은 식자층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남아에서의 반부패, 반독재, 반군부와 같은 정치, 사회적 민주화 움직임은 케이팝의 가치와 유사하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