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이 개발한 만능 작용기의 모식도. 분자를 전극에 부착하고 전압을 가하는 것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다.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더리포트] 국내연구진이 분자의 성질을 필요에 따라 바꿔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만능열쇠’를 개발했다.

13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소속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이 KAIST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압을 가하는 것만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화학물질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원료들을 서로 반응 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반응성도 조절해야 한다. 이 반응성을 조절하는 부분을 ‘작용기’라 합니다. 서로 다른 원자들로 구성된 물질이라도 같은 작용기를 갖고 있으면 공통된 성질이 나타난다. 가령, 메탄올과 에탄올 등 알코올 물질들은 하이드록시기(OH)라는 작용기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물에 잘 녹는 특징이 있다.

작용기에 따라 분자 속 전자의 밀도와 배치가 달라지고, 이것이 반응성의 차이를 만든다. 1937년 미국의 화학자인 루이스 하메트는 도입된 작용기의 종류에 따른 분자의 반응성을 정량화한 공식을 만들었다. 지난 80여 년간 이 공식은 화학반응의 메커니즘을 예측하고, 최적의 반응을 설계하는 연구에 널리 쓰였다.

하지만 매우 많은 수의 작용기를 일일이 합성하기 어렵고, 하나의 분자에도 여러 작용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활용하기 복잡하고 어려웠다. 또한 복잡한 분자는 여러 단계에 거쳐 합성되는데, 각 단계마다 최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작용기를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여러 종류의 작용기 대신, 하나의 시스템으로 분자의 반응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진이 제작한 시스템은 금 전극에 분자를 부착한 형태다. 전극에 전압을 가하면 분자 내 전자밀도 분포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고, 이를 통해 분자의 반응성을 조절하는 식이다. 이어 개발한 ‘만능 작용기’로 다양한 화학반응을 제어하는데도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80여 년간 널리 사용돼 온 전통적인 화학 실험법을 간단히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나의 작용기는 하나의 전기적 효과만 줄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만능 작용기’는 화학반응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도 ​분자의 반응성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백무현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다양한 화학반응을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으로 학계의 다양한 후속연구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 규모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작용기’ 개발을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10월 9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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