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등 의약 화합물 합성으로 입증 … 네이처誌 표지 논문 게재

각 용매 층을 시험관처럼 사용하여 반응물을 이동·분리시키고, 화학반응을 순차적으로 조절했다.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더리포트] 기초과학연구원(IBS)이 하나의 반응 용기에서 여러 화학 공정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 합성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모든 화합물 합성 과정은 석유공장처럼 특정 물질에 맞춰진 대형 공정이 아닌 이상, 실험실에서 플라스크를 옮기며 한 단계씩 진행해야한다. 이는 생산 시간과 양에 한계가 있어, 화합물과 개발 결과물의 가격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합성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괄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시스템으로, 복수의 플라스크와 밸브들을 연동하는 방법과, 연속된 액체 흐름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자동화 장치를 제작하고 반응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데 고도의 공학 기술이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 연구팀은 서로 섞이지 않는 용액들이 밀도 순서대로 쌓이는 것에 착안, 이를 회전하는 원통 시스템 안에 고안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원통에서는 원심력 때문에 밀도가 높은 액체가 바깥쪽으로 쏠리며 층을 만드는데, 이 층을 이용해 합성 단계를 조절하는 것이 골자다.
이 시스템은 용기 하나에서 손쉽게 합성을 제어할 수 있고, 반응물의 혼합·분리·추출을 하나의 반응 용기에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기존 화학합성 과정을 크게 단순화할 수 있어, 화학산업에서 희귀금속 추출과 다양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원통 시스템에서는 반응물이 확산을 통해 인접한 용매로 이동한다. 연구진은 원통 회전속도를 주기적으로 변화시켜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용매 층의 성질에 따라 인접한 용매를 분리할 수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의약 화합물(페나세틴, 딜록사니드)들을 단계적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혼합물에서 특정 유기물(p-니트로벤조에이트 나트륨, 페닐알라닌)을 추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계면활성제로 대상 분자를 감싸서 분리하는 기존 추출 방법과 달리 모든 과정이 용기 하나에서 이뤄져 합성 전 과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연구진은 나아가 분자보다 큰 박테리아나 나노입자도 회전하는 용매에서 제어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중소규모 화학 합성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제 응용성을 보여주었다. 공동 제1저자인 올게르 시불스키 연구위원은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합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들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용매 층 사이 작용을 조절해 기존에 추출이 어려웠던 화합물까지 추출할 수 있어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10월 1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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