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저출산’ 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저(0.92)를 기록했다. 또한 가임 여성 1명 기준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불명예를 지고 있다.

자녀들에게 배우자를 만나고 가정을 이루라는 설득은 먹고 살기 힘든 현실 앞에서 빛을 잃는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신간 <가족 왜 있어야 하는가>(지식과감성, 2020)는 저출산 문제의 한 원인을 가족에 대한 생각, 거창하게 말하면 가족에 대한 철학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가족의 힘과 소중함을 일깨우면 상황이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인구가 자연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마냥 기피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출산 외에도 우리 사회의 병폐나 질병에 대해 공감하거나 분노하지만 대부분 입을 다물고 눈을 감는다. 죽비를 쥔 스승이 사라진 시대에 만연된,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개인주의 풍토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은 적잖은 용기와 수고의 무게가 실려 있다.

책은 지루하지 않게 적절한 예화와 시, 그림을 곁들였고, 쉽게 읽힌다. 특히 가족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다음이다.

‘미국의 한 젊은 여성은 세상을 뜬 아버지를 잊지 못해 부친 휴대전화로 4년간 날마다 문자를 보냈다. 자신의 이야기를 아버지가 들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답장이 온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비슷한 시기에 딸을 차 사고로 잃은 한 남성으로부터였다. 아버지를 잃은 딸과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만남이었다. 남자는 “(문자를 통해) 수년 동안 고난을 딛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자랑스런 당신 문자를 내일도 기다린다”고 전했다. 이 사연은 페이스북에 올려졌고, 1만7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115쪽

책은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갖고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짚으며 대안을 제시한다. (참고로 저자는 전직 언론인이다.) 국가가 육아와 교육을 책임진다는 차원의 획기적인 비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 속의 한 꼭지 제목처럼 ‘한 아이 키우는 데 온 나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늙은 말이 길을 안다(老馬知路)’는 고사성어처럼 인생을 좀 더 많이 살아본, 한 아버지의 진정 어린 권면과 삶의 지혜가 눈길을 끈다.

“해보지도 않고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고 하는데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인생을 살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활용하고 경험하는 것이 사람에게 주어진 특권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요. 인생을 긴 호흡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저자)

가족, 그 따뜻한 둥지의 유실에 아파하고 공감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평생 혼자 살겠다고 결심한 아들이 있다면, 그동안 여러 차례 설득해도 ‘솔로’를 고집하는 딸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선물해서 읽게 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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