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사람을 얻는 기술> 발타자르 그라시안, 정영훈 (엮음) | 김세나 옮김 | 원앤원북스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청년수당을 둘러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갈등은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서울시는 복지부와의 협의가 무산된 후 지난 3일 8월분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했고, 복지부는 이튿날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의 마음은 고마우나 청년수당이 '희망 고문'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예로부터 희망 고문은 대중을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자의 전략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희망 고문은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종속시키는 전략 중 하나다. 왕궁의 사람들은 전략적 희망 고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사람을 얻는 기술>(원앤원북스.2016)에 이와 관련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 실렸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결정권자들과 청년수당 논란을 바라보는 대중이 제대로 읽고 고민해야 할 내용이다.

‘도금장이가 아닌 숭배자가 우상을 만들어낸다. 현명한 사람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감사해 하는 것보다 그들이 원하는 이가 되는 것에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사람을 희망의 밧줄로 묶는 것은 왕궁 사람들의 방식이고 사람들의 감사에 만족하는 것은 농부들의 방식이다. 후자는 전자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더 쉽게 지워진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보이는 정중함보다는 차라리 종속되기를 더 바란다. 갈증을 푼 사람은 곧바로 차라리 종속되기를 더 바란다. 갈증을 푼 사람은 곧바로 샘에서 등을 돌리고, 황금 접시에 담겨 있던 오렌지는 과즙을 다 짜내고 나면 시궁창에 버려지는 법이다. 종속이 끝나면 호의적인 태도도 곧바로 없어져서 존경심도 사라진다.

그러므로 경험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처럼, 사람들이 희망을 유지하도록 하되 결코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말라. 왕관을 쓴 군주에게조차도 그 종속이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불가피하게 이어지도록 만들라. 그러나 이것도 너무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리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숨기게 되어 결국 당신이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한다. 또 자신의 이익만 챙기느라 다른 사람에게 고칠 수 없는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된다’ (191쪽)

스페인의 대철학자로 꼽히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충고다. 희망 고문의 본질과 인간의 속성, 그리고 충분한 합의와 정책 검토 없이 실행했을 때 일어날 결과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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