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은 연구원 소속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이 지용성 영양분 흡수를 담당하는 림프관인 암죽관 조절에 소장을 구성하는 기질세포가 핵심요소임을 규명하였다고 밝혔다. 이 암죽관 기능 조절 원리를 밝힘으로써 비만,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꼭꼭 씹어 삼킨 음식물은 위를 거쳐 소장으로 이동하여 융모(융털)를 통해 소화·흡수된다. 흡수된 영양분은 융모 속 모세혈관을 통해 간으로 이동하는데, 지방은 예외적으로‘암죽관’이라는 림프관1)을 통해 흡수된다.

암죽관은 지방, 지용성 비타민, 약물 등 신체에 필요한 여러 지용성 영양분을 받아들이는(흡입하는) 유일한 통로다. 생명유지에 중요한 기관이지만, 암죽관의 형태와 기능이 유지되는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혈관 연구단은 지난 연구에서 융모를 이루는 기질세포 중 하나인 ‘평활근 세포’2)가 암죽관 주위를 둘러싸고 주기적으로 수축하여 암죽관의 지방 흡수를 돕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암죽관의 기능 뿐 아니라 형태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질세포군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분자생물학적 수준으로 규명하였다.

우선 연구진은 암죽관에 주변 기질세포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암죽관 부근을 관찰했다. 그 결과 다양한 기질세포들이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히포 신호전달경로3) 물질인 ‘얍/태즈(YAP/TAZ)’단백질을 발현함을 확인했다. 얍/태즈를 과활성시킨 결과 림프관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인‘베지에프-C(VEGF-C)’ 분비 증가로 암죽관이 비정상적으로 발아·증식해 지방 흡수 기능이 저하되었다.


소장 기질세포 내 얍/태즈(YAP/TAZ) 과활성에 따른 암죽관의 형태 및 기능 변화. 소장 융모 내 기질세포에서 얍/태즈(YAP/TAZ)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킨 결과 암죽관(초록색)이 비정상적으로 발아·증식하여 형태가 변화하고(A) 지방(빨간색) 흡수 기능이 저하되었다(B).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반면 얍/태즈 발현을 억제하면 베지에프-C가 감소하여 암죽관이 지나치게 짧아져 지방 흡수 기능이 저하됐다. 소장 내 기질세포가 암죽관의 형태와 기능 조절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세포 1개의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법을 이용해 베지에프-C 분비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질세포군을 발견했다.

이들 세포에 소장의 수축·이완운동과 유사한 물리적 자극을 주면 얍/태즈가 활성화되어 베지에프-C 분비가 증가했다. 요컨대 소장의 주기적 운동이 기질세포의 얍/태즈 활성을 조절하고 베지에프-C 발현을 제어하여, 암죽관의 정상적인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홍선표 선임연구원은 “암죽관 주변 기질세포가 암죽관의 기능과 형태를 조절함을 밝혔다”며 “지용성 영양분 흡수 원리를 이해하여 지방 흡수 및 분해와 관련된 비만,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2.121) 온라인판에 지난 14일 오후 6시(한국시간)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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