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방사선 보호 나노입자의 모습. 활성산소 제거 성능이 있는 세륨산화물(보라색) 나노입자 위에 망간산화물(초록색) 나노입자를 형성시켜 합성했다.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더리포트] 보호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새로운 방사선 보호제 물질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8일 소속 나노입자 연구단이 서울대 치대와 공동으로 방사선 노출 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방사선의 의료적 활용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피폭 위험까지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이 우리 몸을 통과하면 세포가 파괴되거나, 몸 속 물 분자가 분해되며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방사선 피해를 100이라고 볼 때, 70% 정도의 피해가 활성산소로 인해 발생한다. 체내에서 생성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것은 방사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방사선 보호제는 아미포스틴이 유일하다. 하지만 아미포스틴은 전신이 아닌 타액선 손상만 제한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뿐더러 독성에 의한 부작용 우려가 있다. 또, 고농도로 투여해야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그 마저도 30분 내로 분해되어 사용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진은 방사선으로부터 전신을 보호하면서 부작용은 줄인 보호제 개발을 위해 활성산소 제거 기능이 알려진 나노입자에 주목했다. 세륨산화물(CeO2)과 망간산화물(Mn3O4)은 패혈증, 알츠하이머 등 활선산소 관련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음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방사선 보호제로 활용하기 위해 다량 투여하면 체내에서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투여량 최소화가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나노입자의 구조를 제어했다. 세륨산화물 나노입자 위에 망간산화물 나노입자를 증착시킨 형태의 나노입자를 제작했다. 두 나노입자의 격자 차이로 인해 망간산화물 입자 내의 격자 간격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표면 흡착에너지가 조정됐다. 결과적으로 합성된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는 일반 세륨산화물 나노입자보다 항산화 성능이 최대 5배 이상 높아졌다.

이후 동물실험을 통해 소량의 나노입자로도 방사선 보호 효과가 높음을 입증했다. 실험쥐에게 아미포스틴 권장 투약량의 360분의 1에 해당하는 매우 적은 양의 나노입자를 투여했음에도 치사율 100%의 고선량 방사선 노출에도 66%가 생존했다. 아미포스틴보다 약 3.3배 높은 생존율이다. 또, 실험쥐의 장기 손상이 줄고, 장기 재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도 확인했다.

현택환 단장은 “높은 항산화 성능을 입증하는 동시에 생체 독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방사선의 의학적 활용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 우려까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8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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