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자연 엽록소를 모방한 새로운 인공 광합성 소재가 나왔다.

7일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빛을 화학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분자 복합체를 합성하고, 태양전지 소재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과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이 주도한 이 연구는 지난달 24일 화학 분야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온라인 판에 실렸다.

IBS에 따르면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빛을 양분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일은 식물의 잎에서 벌어진다. 식물의 잎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소는 여러 개의 분자가 독특한 배열을 이룬 구조로, 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담당한다.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포피린 박스를 쌓아 올리고 그 속에 풀러렌을 가둔 형태의 태양전지 소재를 합성했다. 이미지는 2018년 포피린 박스 합성한 연구성과가 실린 미국화학회지(JACS)의 표지의 모습. (출처: JACS),
(좌)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포피린 박스를 쌓아 올리고 그 속에 풀러렌을 가둔 형태의 태양전지 소재를 합성했다. 이미지는 2018년 포피린 박스 합성한 연구성과가 실린 미국화학회지(JACS)의 표지의 모습.
(우) 포피린 박스의 모습.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2018년 포피린의 자기조립 현상을 이용해 포피린 박스 나노입자를 합성하고, 그 연구결과를 미국화학회지(JACS)에 게재한 바 있다.(출처: JACS)

엽록소 복합체는 여러 개의 분자가 독특한 배열 구조를 이루고, 이들의 상호작용해 에너지를 변환하는 특징이 있다. 과학계에서는 엽록소의 구조와 역할을 모방해 태양에너지를 화학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소재 개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물질이 포피린(Porphyrin)과 풀러렌(Fullerene)이다. 포피린은 빛을 쬐면 전자를 내어주는 반면, 풀러렌은 전자를 수용하는 능력이 뛰어난 물질이다. 이 두 물질을 한 공간에 가두고 상호작용을 끌어내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포피린-풀러렌 소재는 전하가 빠르게 소멸되는 탓에 빛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환하는 효율이 매우 낮았다.

연구진은 포피린과 풀러렌을 조합시킬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 우선 포피린 박스를 활용했다. 포피린 박스는 6개의 사각형 포피린 분자와 8개의 삼각형 포피린 분자가 스스로 조립하며 만드는 나노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포피린 박스를 쌓으면 생기는 공간에 4개의 풀러렌 분자를 가둬 포피린-풀러렌 결정체를 합성했다.

연구진이 합성한 결정체는 기존 연구된 포피린-풀러렌 물질에 비해 전하 분리 상태 반감기가 약 100배 정도 길게 나타났다. 전하 분리가 길다는 것은 향후 태양전지로 활용했을 때 전하가 태양전지의 다른 부분이 아닌 회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기문 단장은 “이번에 합성한 결정체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기초 소재로서, 작은 빛에도 많은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더 많은 수의 포피린 상자 속에 더 많은 수의 풀러렌을 가두거나 배열을 바꾸는 식으로 더 효과적으로 빛 에너지를 포집해 화학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소재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