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야 씨! 오늘은 저에게 특별한 날이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차를 타 보았으니까요. 경찰차를 탔다고 걱정하실 일은 아니었고요. 들어 보세요. 재미있었어요.

친구 수민 씨와 함께 돌곶이 다리에 맞닿은 숲길을 걷다가 벤치에 놓인, 누가 잊어버리고 간 핸드폰을 주웠습니다. 언젠가 핸드폰을 잠시 잃어버린 경험을 했던 나로서는 남이 잃어버린 핸드폰에도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그 핸드폰은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 주인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지만 112에는 연결이 되더군요. 침착한 말솜씨의 명수인 수민 씨가 112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래 되지 않아 경찰차가 우리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먼 거리였지요. 경찰차가 오는 동안 핸드폰 주인이 5분 내로 오겠다고 하는데, 똑똑한 수민 씨가 "이미 지구대에 신고를 했으니 거기 가서 찾으세요"라고 했습니다. 조금 후에 경찰차와 핸드폰 주인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인은 핸드폰을 찾게 되었지요.

시간이 제법 걸렸고, 날이 어두워졌기 때문에 제가 수민 씨에게 “경찰관에게 우리를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라고 하면 안 될까?" 하고 물었습니다. 수민 씨는 "당연히 되지요."라고 말했습니다. 당당한 수민 씨의 그런 면이 저는 좋았습니다. 

경찰관은 우리의 부탁대로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경찰차 에 타게 되었습니다.

경찰차에 타고 보니 운전석과 뒷좌석은 투명칸막이로 단단히 가려져 있고, 뒷좌석은 안에서 문을 열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어요. 그러니까 경찰차는 이동하는 감옥을 싣고 다니며 종일 매의 눈으로 세상을 살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핸드폰을 찾게 된 주인은 "고맙습니다. 이거, 차라도 사 잡수세요" 하며 돈 2만 원을 차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차에 앉아 있어 그 사람에게 도로 줄 수가 없어 경찰관에게 "아저씨가 차 사 잡수세요" 하고 돈을 앞으로 밀어 넣었더니 경찰관이 질색을 하며 거절했습니다. 수민 씨도 "선생님 그러시면 안돼요. 큰 일 나요"라고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돈 2만원을 쥐게 되었습니다.

신고 현장으로 멀리 왔던 경찰차는 우리를 다시 5호선 역으로 데려다 주었는데 고맙고도 미안하였습니다.

5선 역에 내리고 보니, 저의 손에 쥐어진 돈 2만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피자를 사서 지구대에 배달 보내는 걸로 의논이 되었습니다.

성수동 지구대를 찾고 그 근처의 피자집을 찾는 일은 수민 씨의 현란한 핸드폰 이용 실력으로 다 이루어졌는데, 문제는 피자를 직접 가서 사면 40% 할인이라는데 있었어요. 그러니까 3만원이 넘는 피자를 2만원에 살 수 있다니 피자 가게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내린 성수역에서 피자 가게까지 400미터 걸어서 찾아가고 피자집에서 지구대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서 피자를 전해 주는 일로 핸드폰 습득 사건을 마무리하고 귀가 하였습니다. 

지구대를 나서는 우리를 뒤따라 나오며, 경찰관 이 "모셔다 드리고 싶은데 바빠서요~" 하였습니다. 수민 씨는 "모셔다 드리고 싶다고 하잖아요." 그 말을 세 번이나 되풀이 하며 좋아했습니다.

습득한 분실물을 신고하고 그에 따른 수고를 하는 것도, 그 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는 시민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핸드폰 분실 해결에 먼 길을 마다 않는 경찰관도, 이 글을 쓰게 해 주는 수민 씨도, 저의 편지를 받아 주는 부야 씨도 제 곁에 있으니 저는 참 좋습니다. 

-황정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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