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사과가 썩고, 쇠가 녹슬고, 꽃이 피는 등 모든 변화는 원자의 배열이 바뀌며 새로운 분자가 생겨날 때 벌어진다. 하지만 원자는 매우 미세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껏 이 변화의 과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원자가 결합하여 분자를 이루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포착했다.

1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는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만든다. 하지만 원자는 수 펨토 초(1000조 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수 옹스트롬(1억 분의 1cm) 수준으로 미세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 변화를 관측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고작 3개의 원자로 이뤄진 분자에 대해서도 화학결합을 형성하는 원자들의 실제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관찰한 적이 없었다.

연구진은 포항에 위치한 4세대방사광가속기와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의 방사광가속기(SACLA)를 이용해 화학결합을 하는 분자 내 원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운동을 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관찰했다. 이를 통해 세 개의 금 원자로 이뤄진 금 삼합체 분자의 형성과정을 관찰했다. 금 삼합체는 수용액 상에서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다가 빛을 가하면 반응하여 화학결합을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실험 과정의 모식도. 수용액상의 금 삼합체에 레이저 펄스를 가하면 화학결합이 시작된다. 이때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를 통해 얻어진 엑스선 산란 이미지를 분석하면 분자의 실시간 위치와 운동을 파악할 수 있다.
실험 과정의 모식도. 수용액상의 금 삼합체에 레이저 펄스를 가하면 화학결합이 시작된다. 이때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를 통해 얻어진 엑스선 산란 이미지를 분석하면 분자의 실시간 위치와 운동을 파악할 수 있다.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2005년 분자 결합이 끊어지는 순간을 관측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관측해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실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학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동영상을 찍듯 관찰해냈다. 화학반응의 시작인 반응물과 끝인 생성물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구조를 유지하지만, 반응과정의 전이상태(transition state)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형성되기 때문에 관찰이 더 까다로웠다.. 연구진은 기존보다 더 빠른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향상시킨 실험기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앞으로 연구진은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뿐만 아니라 촉매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나갈 계획이다.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더 복잡한 분자의 탄생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면 신약 개발, 효율이 좋은 촉매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6월 25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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