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반도체 재료로 널리 사용되는 실리콘보다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새로운 탄소소재가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소속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이 육각형 벌집 모양의 고분자를 이어 붙여 새로운 고분자를 합성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유기반도체는 현재 널리 쓰이는 실리콘 반도체 등 무기반도체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기반도체의 높은 가격과 복잡한 공정, 부족한 유연성 등의 한계를 모두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하면 자유롭게 휘어지는 유기반도체 소재를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전도성 고분자는 서로 겹겹이 달라붙는 특성으로 인해 수십 나노미터(nm) 이상의 면적으로 제조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육각형 벌집 모양의 그래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공적으로 벌집 구조를 지닌 신소재를 만들었다. 우선, 벌집 형태를 형성하기 유리한 트리페닐렌 분자에 일부에는 하이드록시기(-OH)를 도입하고, 다른 일부에는 아민기(-NH2)를 도입했다. 이후 이들 분자를 용매에 녹인 뒤 가열하여 그래핀처럼 벌집 구조를 가진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해냈다.

개발된 합성기술을 이용하면 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전도성 고분자 박막을 만들 수 있다. 공동 교신저자인 백강균 연구위원은 “이를 이용하면 용액 공정을 통해 간단하게 유기소자를 제작할 수 있다”며 “반도체 소자 개발에 필요한 공정비용을 대폭 절감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 모양을 이룬 고리 4개로 구성된 분자 ‘트리페닐렌’에 하이드록시기(-OH)와 아민기(-NH2)를 도입한 뒤, 이를 모아 대면적의 육각형 벌집 구조의 2차원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탄소 원자가 육각형 모양을 이룬 고리 4개로 구성된 분자 ‘트리페닐렌’에 하이드록시기(-OH)와 아민기(-NH2)를 도입한 뒤, 이를 모아 대면적의 육각형 벌집 구조의 2차원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이후 연구진은 제작된 ‘유사 그래핀’의 전기적 물성을 평가했다. 전기적 물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캐리어이동도는 최대 4㎠/VS로 실리콘보다 4배가량 높았다. 지금까지 개발된 2차원 전도성 고분자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이다.

더 나아가, 유사 그래핀 위에 그래핀을 적층한 광(光)검출소자를 구현해본 결과, 제작된 소자가 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넓은 영역의 빛을 검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진은 초고속 반도체, 고효율 태양전지,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소재가 필요한 여러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3개 IBS 연구단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연구를 이끈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새로운 2차원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하고,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합성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은 합성된 2차원 전도성 고분자의 전기적 특성을 규명했다.

김기문 단장은 “IBS 연구단 간의 협력과 집단연구 덕분에 오랜 연구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협력을 더욱 견고히 하여 높은 수준의 집단연구를 구현해 나간다면, 인류의 난제들을 풀어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켐(Chem)’ 6월 24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