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이 남극해 해빙으로 인해 거대한 빙상으로 이뤄진 빙하기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는 정교한 역학 모델을 통해 해빙 영향의 발생 시기 및 규모를 정량화한 최초의 사례다. (사진=픽사베이)

[더리포트] 빙하기의 평균온도는 지금보다 6℃가량 더 추웠고, 북반구 대륙 일부가 4㎞ 두께 빙상으로 덮여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지구 반대편 남극해 해빙으로 인해 이토록 춥고 거대한 빙상으로 이뤄진 겨울왕국이 생겨날 수 있었다는 분석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280ppm)에 비해 빙하기 시대가 80~100ppm 가량 낮았다. 빙하기 육지는 광활한 빙상으로 덮여 있어 지금처럼 식물이나 토양을 통해 탄소를 저장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빙하기 바다가 지금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했다는 것.

과학자들은 남극 심층수로 인해 빙하기 바다가 다량의 탄소를 머금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기작에 의해 남극해가 여분의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최첨단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를 이용해 8번의 빙하기-간빙기가 일어났던 지난 78만4000년 동안의 기후를 분석했다. 기온이 하락해 해수가 얼어 해빙이 만들어지면 남겨진 바닷물은 굉장히 짠 염수가 된다. 차갑고 염분이 높은 물을 밀도가 커 해저에 가라앉아 남극심층수를 형성한다.

연구진은 빙하기 초기 남극해 해빙 증가로 인해 바다 심층수와 중층수의 밀도차가 증가하고, 두 수괴 사이의 혼합 즉, 탄소 교환이 줄어듦을 확인했다. 혼합 작용의 감소로 인해 심해는 더 많은 양의 탄소를 가두고, 이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30ppm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빙하기 중반부에는 해빙 면적과 두께가 최대에 다다르면서 용승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못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0ppm 가량 추가로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심층수는 용승하며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만, 빙하기엔 해빙이 바다 표층을 덮어 심층수가 얼음 밑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해빙이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는 마개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정교한 역학 모델을 통해 해빙 영향의 발생 시기 및 규모를 정량화한 최초의 사례다. 기온 하강-해빙 증가-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소-기온 추가 하강으로 이어지는 빙하기의 진행 과정을 밝히는데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초기 기온 하락, 대기 중 탄소 감소 등 빙하기를 촉발시킨 비밀을 완전히 풀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북반구 빙상 증가와 이에 따른 해수 내 염분 변동이 빙하기 초기 변동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8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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