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뇌전증(간질) 환자의 발작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소속 나노입자 연구단이 뇌 신경세포의 포타슘(K‧칼륨) 이온 농도 변화를 토대로 발작이 일어날 때 뇌에서 생기는 변화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도 약 36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뇌전증은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며 의식을 잃거나 발작 증상을 일으키는 뇌질환이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불규칙한 흥분으로 인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흥분한 신경세포는 포타슘 이온을 바깥으로 내보내며 흥분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포타슘 이온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흥분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뇌전증의 증상인 발작과 경련이 일어난다.

IBS 나노입자 연구단이 개발한 뇌전증 나노센서의 투과전자현미경(TEM) 이미지.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IBS 나노입자 연구단이 개발한 뇌전증 나노센서의 투과전자현미경(TEM) 이미지.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뇌전증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신경세포 내 포타슘이온 농도 변화를 관찰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실시간으로 포착하기 어려웠다. 신경세포가 흥분할 때 세포막의 이온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여러 이온 중 포타슘 이온의 농도 변화만 콕 집어 측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존 기술로는 뇌 절편, 마취상태의 동물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포타슘 이온 농도 변화를 측정하는데 그쳤다.

연구진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생쥐에서 포타슘이온의 농도 변화만 선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고감도 나노센서를 개발했다. 우선 연구진은 포타슘이온과 결합하면 녹색 형광을 내는 염료를 수 나노미터 크기 구멍을 가진 실리카 나노입자 안에 넣었다. 이 나노입자 표면을 세포막에 있는 포타슘 채널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막으로 코팅했다. 이 막은 포타슘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고, 막을 통과한 이온이 염료와 결합해 내는 형광의 세기를 토대로 포타슘이온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다공성 나노입자 안에 포타슘 이온과 결합하면 형광을 내는 염료를 주입한 뒤, 이 입자를 포타슘 이온만 통과시킬 수 있는 막으로 코팅했다. 막을 통과한 포타슘 이온과 염료가 결합해 내는 형광의 세기를 토대로 포타슘 이온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나노입자연구진은 다공성 나노입자 안에 포타슘 이온과 결합하면 형광을 내는 염료를 주입한 뒤, 이 입자를 포타슘 이온만 통과시킬 수 있는 막으로 코팅했다. 막을 통과한 포타슘 이온과 염료가 결합해 내는 형광의 세기를 토대로 포타슘 이온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미지=기초과학연구원)

이후 연구진은 움직이는 생쥐의 뇌 해마, 편도체, 대뇌피질에 나노센서를 주입한 뒤 해마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발작을 일으킨 뒤 포타슘이온 농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부분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자극이 시작된 뇌 해마에서 편도체, 대뇌피질 순으로 순차적으로 농도가 증가했다. 반면, 전신발작 때는 3개 부위 포타슘이온 농도가 동시에 증가하고 지속시간 역시 길어짐을 확인했다.

현택환 단장은 “포타슘 이온 농도는 뇌전증은 물론 알츠하이머병, 파킨슨 병 등 뇌질환 발생을 감시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만큼, 이번 기술이 여러 뇌질환의 발병원인 규명 및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나노기술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2월 11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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