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국내 연구진이 최초의 현생인류가 20만 년 전 보츠와나 북부 칼라하리 지역 에서 출현해, 13만 년 전 기후 변화로 인해 이주를 시작했음을 규명했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현했음은 이미 알려졌지만, 정확한 발상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의 뼈 유적은 동부 아프리카를 가리키는 반면, 유전학적인 추적 결과는 남부 아프리카를 가리킨다.

12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이 기관 소속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과 국제공동연구진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유전학적 가지인 L0 유전자를 추적해 정확한 발상지를 밝혀냈다. 현대 유전학 기술은 약 20만 년 전 인류의 공통 모계 조상을 추적할 수 있다. L0는 인류 최초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DNA에서 처음으로 갈라져 나온 혈통으로, 현재도 L0 후손들이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연구진은 다량의 L0 유전자를 새로 수집해, L0 하위 계통이 출현한 연대표를 개선했다. 하위계통의 출현 시점은 이주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유전적 연대표에 오늘날 후손들이 살고 있는 언어·문화·지리적 분포 정보를 합쳐 최초의 이주를 추적했다. 그 결과 20만 년 전 칼라하리 지역에서 현존인류의 최초 모계 조상이 출현해 7만 년 동안 이곳에서 번성했음을 밝혀냈다.

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또 연구진은 현생인류가 발상지에서 이주한 원인은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한 아프리카 지역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도 증명하였다.

연구진은 해양 퇴적물 등 고(古)기후 자료와 기후 컴퓨터 모델 분석으로, 지구 자전축의 느린 흔들림(세차운동)이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 전역의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화했음을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해 약 13만 년 전에 발상지 북동쪽(잠비아, 탄자니아 지역), 약 11만 년 전에 남서쪽(나미비아, 남아공 지역)으로 녹지가 형성되어 이주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다. 이는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이주 시기 및 경로와 일치해, 현생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3.070) 온라인 판에 10월 29일 새벽 1시(한국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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