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이 말은 보통 특정 현실에 적응을 잘 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로마법일까. 이유는 ‘법의 대명사’라 할 만큼 정교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즉 앞의 문장에는 로마법에 대한 찬사의 뜻이 들어있는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한동일 저자가 쓴 <로마법 수업>(문학동네, 2019)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다.

저자는 그 어렵다는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사법연수원 과정을,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통과했다. 그런데 로마에서 유학하는 동안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바로 로마법 과목이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로마의 법은 엄격했다.

로마는 엄연한 신분제 사회였으나 그 신분에 걸맞은 태도와 책임을 요구했다. 로마에는 ‘강제유배’형이 있었다.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원래의 살던 자리에서 ‘영구히’ 내쫓아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삶을 박탈하는 중형이었다. 어떤 범죄자들에게 이런 강제유배형이 내려졌을까?

강제유배형은 주로 ‘재판관이 사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판결을 조작하는 경우’ 그리고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약’을 여성들에게 먹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내려졌다고 한다. 로마에서 ‘사법농단’이나 ‘최음제’를 써서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일어났을 때는, 죄의 크고 작음을 판가름하거나 반성을 촉구하기 전에 이미 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로마에서는 재판관이 개인적으로 판결을 조작하거나, 여성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을 한다는 것은 차마 반성을 촉구하거나 죄의 경중을 따지기도 힘든 극악무도한 범죄로 치부했습니다. (중략) 로마에서 이런 자들은 사회 구성원 자격을 박탈하고 철저히 격리해버렸습니다. 유배 장소는 주로 지인들조차 접근하기 힘든 이탈리아 연안의 섬들이나 리비아 사막의 오아시스였고요. 이 때문에 ‘섬 강제유배’로도 불렸답니다. 재판의 판결을 조작한다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약물로 비열한 협잡질을 저지른 이들은 외딴섬에 고립시켜야 한다는 것이 바로 로마의 정의였던 것입니다. ('여성에게 약을 먹이고 추행한 자는 공동체에서 영구 추방한다', 39쪽)

로마인들은 특권층들에게 사회적인 특권과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냉엄한 도덕성과 윤리를 요구했다. 지금으로 치자면,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에 해당할 로마의 정무관들은 반드시 군 복무를 마쳐야만 했다. 군을 기피한다거나 고위 공무원이 보통 시민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정무관으로서 수령한다거나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아직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 는 말이 유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로마의 법적 분쟁을 바라보고 있으면 과연 이것이 고대 로마사회에 벌어진 일인지, 바로 오늘 저녁 뉴스에 등장한 사건사고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대사회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책은 역사와 법문을 파고드는 지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현재 벌어지는 사회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로마인들의 그림자와 사회상을 바라보면서 우리로 하여금 법에 대해 새삼,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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