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끊임없이 변하는 원자의 양자역학적 상태를 '연사'를 찍듯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5일 미국 IBM 알마덴연구소와 공동으로 나노 초 단위로 끊어져 나오는 전파를 이용해 단일 원자의 스핀을 정밀하게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에 대해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동전 회전을 통해 설명했다.

회전하는 동전의 모습을 관찰할 경우, 동전의 움직임을 찍은 동영상으로는 현재 동전이 앞면인지 뒷면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계속해서 모습이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속 사진을 촬영한다면 순간적으로 포착된 사진에서 동전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양자컴퓨터, 초소형 컴퓨터 등 차세대 정보처리장치 개발을 위해서는 스핀과 같은 원자의 양자적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서야 전파(마이크로파)를 원자에 연속적으로 쏘고, 이때 나오는 스핀 정보를 읽는 기술이 개발됐다. 하지만 회전하는 동전처럼 스핀이 두 가지 상태를 계속해서 바꾸는 탓에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원자를 제어하는 실험의 모식도(출처=IBM Research, IBS)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원자를 제어하는 실험의 모식도(출처=IBM Research, IBS)

공동 연구진은 연속적인 전파 대신 수 나노 초 단위로 끊어져 나오는 펄스를 이용했다. 그 결과 스핀 상태가 계속 바뀌는 현상을 줄이고, 원하는 스핀 상태로 제어하고, 더 정밀하게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관측에는 타이타늄 원자가 쓰였다. 타이타늄 원자는 스핀이라는 양자적 상태가 위(↑)와 아래(↓)의 두 가지로 비교적 단순하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원자 하나하나를 정확히 관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향후 큐비트 등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를 구현하고 제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은 "원자의 스핀을 통제하는 정밀도가 높아진 것으로 이번 실험으로 인해 원자를 원하는 양자 상태를 설정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이 작동 원리가 양자 컴퓨팅의 큐비트 구현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지난달 25일자에 실렸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