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정지은기자] ‘그는 조선 학술사의 불가사의였다. 그는 초능력자였다. 공학이면 공학, 의학이면 의학, 문학, 예술, 종교, 천문, 국방, 지리 전 분야에 그의 손길이 한번 스치기만 하면 난마와 같이 얽혀 있던 복잡한 문제들이 금세 제 얼굴을 드러냈다. 난공불락, 어떻게 해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일이 그의 눈길에 가서 닿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쉽게 풀렸다. 어떻게 한 인간이 이런 경지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다산 정약용에 관한 한양대 정민 교수의 성찬이다. 조선 학술사의 불가사의로 불리는 다산. 그에게도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

신간 <다산의 사람그릇>(진규동, 레몬북스, 2019년)는 그 인물로 4명을 꼽았다. 한 명은  마을 어귀의 돌에까지 인사하고 자신을 낮추는 삶을 산 송나라 때 학자 미불이다. 다음은 마흔한 살에 미련 없이 관직을 버리고 소박한 전원생활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귀거래사’의 시인 도연명이다.

셋째는 담장을 쌓는 노예 신세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은나라 부열이며 마지막은 백성을 위해 수로를 건설할 때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잡초 무성한 동굴에서 잠을 자며 일한 우임금이다.

다산의 업적은 불우한 상황 속에서 나온 불굴의 결과여서 더욱 값지다. 이와 관련 정민교수는 “어디서든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낸 조선 최고의 지식경영자“로 다산을 소개한 바 있다. 

다산은 찬란했던 귀족생활에서 하루아침에 폐족으로 추락하여 1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외딴섬과 같은 유배지에서 보냈다.

그 18년의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언제 사약이 내려질지 모르는 공포감과 초조함, 절망감과 우울과 분노를 그리움, 간절함, 사랑, 위민, 애국으로 승화시켜 견디고 버틸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았다. 

이번 다산 책은 삶이 팍팍해진 요즘, 18년 유배 생활 속에서도 세계상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람 그릇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며 현실을 헤쳐갈 수 있는 지혜를 찾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강진 다산박물관 다산교육전문관으로 근무하면서 다산관련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강의 및 다산정신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온 자칭 다산심부름꾼이다.

그는 “118차례 이상 다산초당을 오르내리며 다산과의 나눈 마음속의 대화를 바탕으로, 보고 듣고 학습한 것을 보통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산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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