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현재 사용되고 있는 형태의 우표가 처음으로 발명된 건 1840년 영국의 교육자이자 발명가인 로렌드 힐에 의해서다. 세계 최초로 유통된 이 기념비적인 우표에는 당시 영국의 여왕이던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가 도안되어 있었다. 검은색의 1페니짜리 우표, 2007년에 40만 달러에 거래되어 화제가 된 우표, 바로 ‘페니 블랙’이다. 따라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우표는 어떤 사료보다도 우표를 발행한 나라가 존재했다는 생생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

신간 <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1840~1975)>(흐름출판, 2019년)을 읽고 싶게 하는 흥미로운 한 줄이다. 책은 우표를 통해 알게 되는, 사라진 나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수가 무려 50개다. 제국주의의 발호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던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의 근현대 때,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멸해버린 나라들이다.

예컨대 전염병과 굶주린 아이들의 참혹한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아프리카의 ‘비아프라’와 2,800여 명이 사망하고 20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희대의 가스누출사고가 벌어진 인도의 ‘보팔’이 그 하나다.

또한 1922년 소련-핀란드 전쟁 중에 세워졌다가 단 몇 주일 만에 사라진 ‘동카렐리야’와 1800년대 후반에 반세기를 버틴 보어인들의 독립 공화국 ‘오렌지자유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여기에 내전과 내전을 거듭하다 스스로 파멸한 왕국이 있고(보야카), 이제는 포격의 흔적 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는 나라(양시칠리야왕국)도 있다. 간유 공장으로 쓰이다 화산 폭발로 무인도가 된 나라(사우스셰틀랜드 제도), 주민들의 투표로 나라 자체가 양분된 곳(슐레스비히)도 있다.

영국의 '페니 블랙'과 대한제국의 우표. 대한제국이 멸망했다면, 그 이름은 우표에나 남았을 터이다. (사진=지식백과)

이들의 공통점은 지금은 지도 어디에서도 그 이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 우표는 남아 있다.

그 중 하나는 만주국이다.

일본은 중국 만주 지방을 침략하고 이듬해인 1932년 이른 봄에 세운 나라다. 만주국은 악명 높은 731부대가 생화학무기 개발을 위한 생체 실험을 했던 곳이다.

뇌와 창자의 적출과 변형, 말 피의 주입, 가스실·저압실·원심분리기 투입 등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전염성 생물학적 물질에 대한 체계적 실험이었다. 탄저균, 발진티푸스균, 이질균, 콜레라균은 물론이고, 비교적 생소하지만 그들 못지않게 끔찍한 페스트균까지 실험했다. 전염 매개체로 선택된 것은 파리였다. 특수 제작한 번식통 수천 개에서 파리를 키웠다. -본문 중

만주국은 1945년 다시 중국 영토가 되었다. 저자는 “야산 밑에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무시무시한 화학물질 폐기장이 도사리고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하얼빈 일대에 이상 고온과 폭우 현상이 함께 지속되기라도 하면, 잠자는 악마가 깨어날지도 모른다”고 썼다.

우표를 통한 없어진 나라 여행은 이 같은 흉측한 악몽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동반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저자는 건축가이자 우표수집광인 비에른 베르예다. 그는 직접 수집한 희귀한 우표를 토대로 사라진 나라들이 표기된 과거의 지도,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기록 그리고 역사가들의 해석을 추적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냈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