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중세유럽의 마녀사냥은 유명하다. 16세기 말~17세기를 휩쓴 이 광기는 마녀로 몰린 사람들을 참혹한 형벌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이 마녀 중 하나에 식물이 끼어있다. 바로 감자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사람과나무사이, 2019) 은 인류의 식량으로 지대한 공헌을 한 감자의 수난사를 전한다. 

책에 따르면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은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이 무시무시한 종교재판정에 악마의 식물로 낙인찍힌 감자가 서는 날이 찾아왔다. 재판정은 감자에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놀랍게도 마녀로 몰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화형이 형벌로 내려졌다. p.31~33

그 이유는 이렇다.

감자는 ‘성서의 기록에 나오지 않는 식물’이었다. 성서에서 하느님은 씨앗으로 번성하는 식물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감자는 씨앗이 아닌 덩이줄기로 번식한다. 그렇다 보니 뿌리줄기로 번식하는 감자를 유럽인은 기이한 식물로 봤다.

이 책은 감자를 비롯해 후추, 고추, 양파, 사탕수수 등 13가지 식물을 다룬다. 후추와 튤립 등 우리에게 낯익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러나 기존의 관련 책에 없는 내용도 매우 많다.

감자 이야기를 더 해보자. 책은 감자가 오늘날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 역할의 주인공은 아일랜드인이다.

19세기 아일랜드에선 대기근이 일어났다. 감자역병 때문이었다. 

대기근은 아일랜드에 참혹한 결과를 남겼다. 100만 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으며 죽어갔다.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고향을 등지고 당시 신천지로 여겨지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 수가 자그마치 400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19세기 미국은 본격적인 공업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 무렵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일랜드인은 대규모 노동자 집단으로 변신해 미국 공업화와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축적한 부와 에너지를 바탕으로 당대 최강대국 영국을 앞지르며 세계 최고 공업국가로 발돋움했다.

더구나 당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 중에는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한 주인공이자 제35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J. F. 케네디의 할아버지 패트릭 케네디와 미국과 세계 현대사를 만든 주역들 중 한 명인 대통령 레이건, 그리고 클린턴과 오바마의 선조들도 그 행렬에 끼어 있었다고 한다. 월트 디즈니를 만든 월트 디즈니와 맥도날드의 창업자 맥도날드 형제 역시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것.

이처럼 식물은 세상의 역사를 바꿨다. 이 책 이름이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인 까닭이다.

출판사는 “표면상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추동하며 만들어낸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뛰어난 통찰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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