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박물관에 전시된 '비차' 모형. (공군 홈페이지)

[더리포트] 진주시가 시를 상징하는 새 명물로 비차(飛車)를 밀고 있어 화제다. 시는 비차 복원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전문 연구에 돌입하고 있어 그 실체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비차를 복원해 진주성 안에 비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비차는 ‘하늘을 나는 수레’로 불린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임진왜란 때 실제로 가동되었던 것으로 알려진 전설의 ‘비행기’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나오는 기록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 당시 영남의 어느 성이 왜군에게 포위당했을 때 그 성주와 평소 친분이 두텁던 어떤 사람이 '나는 수레', 곧 비거를 만들어 타고 성중으로 날아 들어가 성주를 태워 30리 밖에 이름으로써 인명을 구했다."

30리면 12킬로미터. 적잖은 거리다. 때가 1500년대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비차를 만든 인물은 전라도 김제 사람 정평구다. 그런데 진주성의 화약군관으로 일하며 진주성 전투에 참여했다. 앞의 '어떤 사람'이 정평구로 추론되는 이유다.

한국 최초 비행기인 이 비차와 정평구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KBS '역사스페셜' 팀이 방송 제작을 위해 이규경의 기록을 토대로 정평구의 비차를 복원, 시험비행을 시도한 적 있다. 당시 제작팀은 대나무나 광목과 같은 자재를 이용 비차를 만든 결과, 20미터 높이에서 70미터까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공군사관학교도 현재 남아있는 기록들을 토대로 비차를 재현한 바 있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또다른 ‘비거’(飛車)도 있었다.

"호서, 충청도 노성 지방에 사는 윤달규라는 사람이 있는데이 사람은 정밀하고 교묘한 기구를 만드는 재간이 있어 비거를 창안하여 기록해주었다. 비거는 날개를 떨치고 먼지를 내면서 하늘로 올라가 뜰 안에서 상보하듯이 상하 사방을 여기저기 마음대로 거침없이 날아다니니 상쾌한 감은 비할 바가 없다. 비거는 수리개와 같이 만들고 거기에 날개를 붙이고 그 안에 틀을 설치하여 사람이 앉게 했다. 이것은 붕새가 단숨에 천리를 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양한 우리 전통무기들을 다룬 책 <화염조선>의 저자 박재광은 "우리나라의 비거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항공시대를 열었던 라이트형제의 동력비행기와 19세기 초반 서양에서 처음 등장한 활공용 행글라이더보다 무려 300여년 앞서 만들어져 군사작전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라며 "우리 선현들의 첨단과학 기술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계승하지 못했으며, 그 빛나는 업적마저 지워지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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