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르의 ‘루이 프랑수아 고디노 부인’

[더리포트]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룬 배경 중 하나엔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어떤 화가가 스스로 이런 의문을 던졌다.

‘과거 화가들은 어떻게 그토록 정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것일까. 르네상스 시대에 왜 그렇게 많은 천재 화가가 등장했을까.’

해당 화가는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다. 이 질문을 던지게 된 계기가 있다.

호크니는 1999년 런던내셔널갤러리에서 앵그르(Ingres)가 1829년에 그린 ‘루이 프랑수아 고디노 부인’ 드로잉을 관찰하던 중이었다. 눈과 손만으로, 즉 ‘눈 굴리기(eyeballing)’만으로  믿기지 않을 만큼, 그림이 사진처럼 정밀하고 상세했다. 더구나 하루 만에 그렸다고 알려진 그림이었다.

추론의 근거는 이렇다. 초기의 많은 리터치 흔적이 보이는 드로잉이 어느 순간부터 한 번에 쓱쓱 그리는 드로잉으로 변했다. 또 하나는 앵그르 그림이 1년 사이에 느낌이 크게 변했다.

호크니는 의문을 품고 갑자기 사실성이 크게 발전한 수많은 그림을 한꺼번에 분석했다. 그가 낸 답은 이렇다.

'밑그림을 본떠 그림을 그렸다.'

앵그르가 도구를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그 도구는 두 가지다. 카메라 루시다(프리즘을 통해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화판에 투영하는 기구)나 카메라 오브스쿠라(상자 안에 구멍을 뚫거나 렌즈를 부착한 다음 바깥 영상을 반대편 벽에 거꾸로 투사시키는 장치) 따위다.

‘복잡한 구도를 눈으로 본 대로 화판에 옮기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거울과 렌즈 등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거울이나 렌즈를 이용해 3차원 물건의 이미지를 2차원 평면에 투영한 다음 그 영상을 따라 그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렌즈를 사용하는 초창기에는 장치가 완전히 크지 못해서 화가들은 전체 그림 가운데 부분을 따로 그려서 모았다. 즉 얼굴 따로, 몸통 따로, 탁자의 정물을 따로 그렸다. 그 결과 한 작품이 한 위치에서 본 것이 아니라 여러 위치에서 움직이면서 본 것 같은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호크니는 화가들이 광학 기구를 1420~30년 무렵 본격적으로 도입했다고 본다. 만약 그렇다면 의문이 풀린다. 과학이 미술을 도와준 셈이다. 그는 입체파의 그림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렌즈의 다양한 시점을 실험한 것으로 20세기 회화들은 렌즈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실험으로 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갓 나온 신간 <명화의 비밀>(한길사. 2019)을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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