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장소 선호 과정에 관여하는 별세포(파란색). 별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더리포트] 누구나 가끔 첫 데이트나 첫 키스를 했던 곳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는다. 아련한 추억의 장소, 혹은 행복한 경험을 했던 장소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과학적으론 뇌의 특정 매커니즘 때문으로 해석한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창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공동단장연구팀이 행복감을 유발하는 화합물인 ‘오피오이드’가 뇌의 ‘별세포’와 결합해 특정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별세포(파란색)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별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피오이드(Opioid)는 아편(Opium)에서 유래한 말로, 몸 안의 오피오이드수용체에 결합하는 화합물이다. 대표적인 오피오이드로는 행복감을 유발하는 신경호르몬 엔돌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 등이 있다.

이 매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진은 실험용 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2개의 방을 준비했다. 이어 동물행동실험을 통해 쥐가 2개의 방 중 어느 방을 선호하는지 파악했다. 그 후 쥐가 선호하지 않는 방에 있을 때 대표적인 오피오이드 중 하나인 모르핀을 주사했다.

그 결과 쥐는 선호하지 않던 방을 더 선호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는 뇌 해마에 위치한 별세포의 뮤-오피오이드수용체에 모르핀과 같은 오피오이드가 결합하면 특정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이 형성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해마는 장소에 대한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뇌 해마 별세포의 뮤-오피오이드수용체에 오피오이드가 결합하면 수용체가 활성화한다. 이는 시냅스 신경세포 사이 신호전달의 지속적인 강화, 즉 장기강화로 이어져 특정 장소 선호 기억이 형성되도록 한다. 뇌에서 베타-엔돌핀이 분비되거나 모르핀을 투약하는 경우, 행복한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 그 장소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뇌과학분야에서 선호 현상에 대한 연구는 중독과 관련된 연구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뮤-오피오이드수용체와 특정 장소 선호 기억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향후 뮤-오피오이드수용체에 결합하는 모르핀 중독 치료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준 단장은 "공포나 회피와 같은 감정과 달리 행복과 선호를 유발하는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행복한 감정과 좋아하는 감정뿐만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이 생기는 이유를 알아가는 데까지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지난달 31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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