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제주에 첫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적용된 화장실이 최근 선보였다. 제주 뿐 아니라 여러 지자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장르를 말한다.

제주 최초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탑동 제2공원 화장실. (사진=제주도 제공)

많은 지자체 동참 속 하나의 큰 트렌드 형성

15일 준공되는 제주 탑동 제2공원 화장실은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등 신체적 조건에 따른 화장실 이용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디자인 되었다. 주 출입구 진입로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램프(기울기 1/18)를 설치했다. 또 휠체어가 화장실 내부에서 회전이 가능하도록 1.4m 이상의 내경을 확보했다. 여기에 수유를 위한 수유실을 설치하고 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2일 “장애인 이용·편의시설 등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한 행정과 사회인식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목표를 세워 장애인시설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은 제주뿐 아니라 많은 지자체가 동참하고 있어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횡성군은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경로당 2개소를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미끄럼 방지턱 같은 편의시설과 도배, 장판, 조명 같은 인테리어를 어르신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창군 역시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된 ‘고령자 복지주택’을 추진하고 있다. 이 주택의 설계는 고령자를 위해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슬라이딩 도어와 신발을 신고 벗기 편하도록 현관에 의자를 설치했다. 또한 노인의 키에 맞도록 싱크대의 높이를 낮추거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세면대를 마련했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국토부 ‘고령자 복지주택’ 공모사업의  일환이다.

이처럼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에 순천시와 강릉시, 인천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동참하고 있다. 특히 순천은 ‘유니버셜 디자인 특화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힘이 없는 노인이나 여성을 위한 플러그.

‘편안하게, 몸에 맞게’ 유니버설 디자인 8대 목표

흔히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범용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공공교통기관 등의 손잡이, 일용품 등이나 서비스, 주택이나 도로의 설계 등 넓은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이는 미국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스(Ronald L. Mace, 1942-1998)이다. 그는 자신의 철학인 "모든 나이와 능력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ages and abilities)을 나타내기 위해 해당 용어를 만들었다.

이어 2012년 버팔로 대학교의 포괄 디자인과 환경 접근 센터는 몸에 맞게 (Body Fit), 편안하게 (Comfort), 알 수 있게 (Awareness), 이해할 수 있게 (Understanding), 건강에 도움되게 (Wellness), 사회 통합에 기여하게 (Social Integration), 각자에 맞게 (Personalization), 문화에 맞게 (Cultural Appropriateness)라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8대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가 26세 때인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직접 노인으로 ‘살며’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사례는 유명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례는 가까이 있다. 엘리베이터에 점자를 새긴 층 번호 버튼이 그 중 하나다. 또한 소수인 왼손잡이를 위한 양손잡이용 가위나, 힘이 약한 이들을 위해 전기 플러그에 동전만한 구멍을 뚫어 뽑기 쉽게 만든 제품도 있다. 노인이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욕조의 가로 쪽 중간에 직사각형 형태로 일부 턱을 낮춘 방식도 등장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보지 않고 손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들었고 ‘파나소닉’은 비스듬하게 세탁물 투입구를 만든 드럼세탁기를 선보였다. 

Cornelia Oberlander의 Barrier free stairs. (출처=Commonfloor.com)

“장애가 있는 것은 장애를 만드는 환경이다”

지난해 9월 열린 ‘제6회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세미나’에선 5개국 6명의 국내·외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들이 참가해 ‘편리한 도시 디자인’에 대해 토론했다.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례들을 공유하고 그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것이다.

이 중 인상 깊은 한 가지는 길 찾기에 대한 인식 전환이었다. 시민이나 관광객을 위해 도로표지판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표지판의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의 인지체계와 직관성을 고려한 새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표지체계를 바꾸는 게 하나의 아이디어다.

김선수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다수를 위한 행정만을 쫓았다면, 서울시는 수치적으로는 소수이지만 더 절박하고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개선하는데 행정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말그대로 보편성을 위한 디자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아 커디 캐나다의 디자인에이블 환경사 부대표가 국제세미나에서 한 "장애가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장애를 만드는 환경이다"라는 말은 우리 지자체 정책당국자가 유의해야 할 어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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