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결과를 내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씨앗’을 심는 행위다. 그래야 오랫동안 내 안에서 숙성되어 열매를 맺는다.

이를 일본의 유명한 에세이스트 요네하라 마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그녀의 책은 대체로 재미있고 유익하다. 언어와 음식을 비롯한 문화 전반에 대한 여러 권이 있다. 그런데 재기발랄한 그녀의 창작 비밀을 <교양노트>(마음산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眞晝の星空>(한낮의 별하늘)이다. 책 이름은 지은이가 소녀 시절 읽은 러시아 시인 올가 베르골츠의 '낮별'에서 따왔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마리는 부모 일 때문에 체코의 프라하에서 살게 되었다. 현지에서 다닌 8년제 초, 중학교는 여름방학이 석 달이나 되는데다 숙제도 없었다. 방학을 맞아 자연을 탐구하는 ‘숲속 학교’에 갔다. 밤늦은 기숙사 방. 취침 시간이 지났지만 소녀들은 수다를 떨며 잠을 잊었다. 그때 생물학 선생이 들어왔다. 선생님은 불을 켜고 아이들을 앞에서 가져온 책 속의 한 구절을 낭독했다.

별은 언제 어느 때에도 하늘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 남자는 말했다. 낮별은 밤별보다도 밝고 아름다운데, 태양의 빛에 가려져 영원히 하늘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중략) 그날 밤부터였다. ‘낮별이 보고 싶다!’ 하는 강렬한 소망에 사로잡힌 것은. -본문

아이디어를 잘 내려면, 그 전에 씨앗을 심는 행위를 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아이디어를 잘 내려면, 그 전에 씨앗을 심는 행위를 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감수성 예민한 시절, 어떤 이야기나 경험은 마치 외계에서 온 유성이 지구에 영원한 흔적을 남기듯 마음에 깊이깊이 새겨진다. 낮별이 그랬다. 늘 떠 있지만 태양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 낮별에 대해 마리는 다음과 같이 사유했다.

현실에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반대로 압도적인 현실로 인식되던 것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의 뒤편에 놓인, 틀림없는 또 하나의 현실. ‘낮별’은 그러한 모든 것들에 대한 비유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소망 하나를 마음에 깊이 새겼다. 호기심 가득한 한 소녀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모습이 상상되는 글이다.

평범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여, 그런 까닭에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여! 나를 통해서, 내 영혼 깊은 곳의 가장 맑은 어둠을 등에 지고, 한껏 빛을 내뿜으며 만인의 눈에 보이는 것이 되어라.

세상에 존재하지만 감춰진 그 무언가를 드러내는 행위는 문학의 목적 중 하나다. 따라서 작가로서의 그녀 삶은 그 당시 싹이 시작된 셈이다.

마리는 ‘낮별’이란 단어를 30년 후 자신의 책 제목에 썼다. 기숙사에서의 마음에 파문이 일던 때와 <교양노트>를 쓸 때의 시차는 무려 30년. 그 시간 동안 낮별은 한 소녀의 마음에 계속 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마리는 책을 통해 “아직도 그 선생님의 고양된 목소리가 들린다.”고 회상했다.

잠시 당시 기숙사 상황을 떠올려 보자. 우리는 예민한 선생님이 들려준 책 한 구절을 들으며 삶을 꿈 꾼 한 예비 작가의 눈망울을 떠올릴 수 있다. 아마도 그녀는 그때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되뇌지 않았을까.

“이 다음에 크면, 언젠가 세상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낮별’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거야.”

아주 오랫동안 어떤 문제를 천착하는 이들은 ‘궁리하는 힘’, 즉 무언가 생각해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타인보다 뛰어나다. 실제로 요네하라 마리는 발명에 관한 책 <발명 마니아>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톡톡 튀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담겨있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