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판 및 판각 도구(완판본문화관 제공)

[더리포트]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방각본과 소설’ 기념전을 개최하고 있다. 방각본이란 이름은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단어다. 방각본(坊刻本)의 ‘坊’은 동네, 전방이란 뜻이다. 관본(官本)‘과 대립되는 말로, 동네에서 찍은 판본이란 뜻이다. 목판으로 인쇄되었다.

이 방각본이란 말에는 한글소설의 대중화가 담겨있다.

이 용어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일본 서지학자인 마에마 교사쿠로 알려져 있다.

조선후기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넉넉해진 중인층들은 보다 품격 있는 새로운 문화향유거리를 찾게 되었다.

방각의 대상 중 하나였던 '홍길동전'
방각의 대상 중 하나였던 '홍길동전'

조선중기까지만 해도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되었던 소설은 가장 선호하는 여가 종목이 되었으며 신분과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되었다.

이런 수요층의 증가로 그동안 천자문, 동몽선습, 사서와 같은 남성 위주의 관변 출판물을 판각하던 방각본 업자들이 소설의 대량생산을 통한 소득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때  나타난 것이 ‘방각본 소설’이다.

이렇게 해서 소설이 대량생산 되어 가격이 저렴해짐에 따라 독자층은 확대되어 갔다. 이 뿐만 아니라 직업으로서 소설을 읽어주는 전기수와 책비, 소설을 극화하여 연출하는 판소리 광대가 등장을 불렀다. 그 덕에 그동안 소설을 접할 수 없었던 문맹 층에서도 소설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책을 빌려주는 세책가가 등장했다. 이러한 소설 향유 층의 확산으로 불합리한 사회 모순이나 악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실학박물관 관계자는 “방각본 소설은 당시 백성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글이 기록매체로서 자리매김 하는데 기여를 했다”고 의미를 뒀다.

이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시는 조선후기 다양한 사회변화 중 문학(소설)에서 일어났던 양상을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민중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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