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멤브레인 반도체의 증착 및 분리 모습. 기체중의 분자들이 기판 위에 분자 1개 두께로 증착된다. 왼쪽 위 사진은 3차원 멤브레인 반도체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그래픽=기초과학연구원 제공)
3차원 멤브레인 반도체의 증착 및 분리 모습. 기체중의 분자들이 기판 위에 분자 1개 두께로 증착된다. 왼쪽 위 사진은 3차원 멤브레인 반도체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그래픽=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더리포트] 거북선의 지붕처럼 오돌토돌 정교한 가시가 돋친 새로운 구조의 반도체 소자가 개발됐다.

30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조문호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원자 두께 반도체 표면에 돌기가 돋은 형태의 신소재를 개발했다.

두께가 거의 없는 2차원 반도체는 원자층에서 여러 물리적 특성이 나타나 차세대 초소형/저전력 전자기술의 후보로 꼽힌다.

더욱이 2차원 반도체를 접거나 구부려 입체감을 부여할 경우 기존과는 다른 독특한 성질이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까지 2차원 반도체의 균일한 대(大)면적 합성은 평면 형태로만 가능했다. 극도로 얇은 두께로 인해 굴곡 부분을 균일하게 합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차원 원자층 반도체를 입체 구조로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10 나노미터 크기의 바늘모양 돌기들이 규칙적으로 정렬된 실리콘 기판을 제작했다. 그 위에 유기 금속 화합물 증기를 쐬는 방식으로 24시간가량 천천히 이황화몰리브덴(MoS2)을 증착시켰다.

그 결과 몰리브덴(Mo) 원자 1개와 황(S) 원자 2개가 기판 위에 정확히 층을 이루어, 지름 4인치 대면적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는 2차원 반도체의 X-Y축 평면에 Z축 성분인 돌기를 더해 3차원이 된 것으로, 세계 최초의 3차원 원자층 반도체다.

개발된 반도체는 접착메모지처럼 간단히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2차원 반도체를 실리콘 기판에서 분리하면 유연한 막이 되는데 이를 ‘멤브레인(membrane) 반도체’라고 부른다. 보통 증착 방식으로 만든 반도체는 실리콘 기판과 강한 결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산성약품으로 떼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연구진이 사용한 이황화몰리브덴(MoS2)은 기판과 약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간단히 물에 담가 기판에서 떼어낼 수 있다. 떼어낸 멤브레인 반도체는 새로운 기판이나 플라스틱, 인체 피부 등 다양한 표면에 붙일 수 있다.

3차원으로 기하적 변형된 원자층 반도체는 평면 반도체와는 다른 새로운 기능을 가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연구진은 특히 개발한 3차원 멤브레인 반도체를 양자컴퓨터 기술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반도체에 굴곡을 가하면 단일 광자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단일 광자는 양자컴퓨터의 정보의 기본 저장 단위인 큐빗(qubit, quantum bit)의 후보 중 하나다. 광자의 성질에 따라 양자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신저자인 조문호 부연구단장은 “구조적으로 변형이 일어난 반도체에서 단일 광자가 나온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며 “개발한 멤브레인 반도체는 광자가 나오는 지점을 조절하는 연구에 쓰일 수 있어 향후 양자컴퓨팅 소자 기술로도 연결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지에 7월 27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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