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살아오며 흡수한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우리의 뇌는 살아오며 흡수한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더리포트] 대체 번뜩이는 창의성은 어떻게 해서 얻어질까. 만약 누군가가 이 답을 찾는다면, 이 답은 하늘에서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질까. 신간 <창조하는 뇌>(쌤앤파커스, 2019)는 이런 답을 제시한다.

‘인간의 끝없는 창조와 혁신이 사실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 혹은 주변에 존재하는 그 무언가를 원재료로 삼아 이루어진 것이다.’

책은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창조적 예술품과 혁신적 발명품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창조하는 뇌가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세 가지 '3B 전략'으로 정리했다.

하나는 ‘휘기(Bending)’이다. 이것은 기존에 존재하던 것의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안무가 마사 그레이엄의 혁신적인 안무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보여준 곡선 형태의 건축물, 영화 <300>에서 슬로 모션과 패스트 모션을 번갈아 사용하며 시간을 뒤튼 것이 그 예다. 이런 휘기 전략은 기존 원형의 크기, 형태, 소재, 속도, 시간 등을 바꿔 숨겨진 가능성을 보여준다.

'창조하는 뇌'
'창조하는 뇌'

두 번째는 ‘쪼개기(Breaking)’이다. 하나의 원형을 해체해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쪼개기는 새로운 창조의 재료를 만드는 전략이다. 일례로 화가 피카소가 평면을 분해해 그림 조각 맞추기 같은 입체적 형상을 탄생시킨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통신 지역을 셀(cell)로 나눠 현대 휴대 전화(cellphone)의 기반을 만든 것이나, 하나의 화면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세 결정 수백만 개로 이뤄진 LCD TV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의 개체를 다루기 쉬운 조각으로 해체하는 쪼개기 전략은 새롭게 재건하거나 개조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다음은 ‘섞기(Blending)’이다. 2가지 이상의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섞기는 인간과 사자를 합친 스핑크스처럼 세계 문명 곳곳에서 등장했다. 언어에서는 무지개(rainbow), 신문(newspaper) 같은 단어를 탄생시켰고, 다른 유전적 조직을 하나의 개체에 담는 유전공학, 과거 음악의 노랫말이나 멜로디 등을 수정하고 섞어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힙합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몇가지가 더 필요하다. 그중 하나는 치열함이다.

책에 따르면 헤밍웨이는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위해 47가지에 달하는 결말을 준비했고, 먼지 봉투가 필요 없는 진공청소기를 처음 개발한 제임스 다이슨은 15년간 무려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또한 에디슨의 백열전구는 필라멘트의 재료로 3,000여 가지의 소재를 실험한 끝에 탄생했다.

<창조하는 뇌>는 젊은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하버드 대 박사 학위자인 작곡가 앤서니 브란트가 저자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 앞에서 언급했듯, 두 저자는 창의성에 대한 대답으로, ‘인간의 끝없는 창조와 혁신이 과거를 재료로 삼아 이루어졌다'고 결론지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도 전혀 새롭지는 않다. 이미 여러 책에서 나온 말이다. 궁금한 독자는 <제7의 감각>을 읽어보라. 결국 문제는 기존의 원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요리해야 창의성을 얻을 수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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