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우리 과학자들이 만든 기후예측 새 통계기법이 `파리기후협약`을 뒤흔들었다. 이 기법에 따르면 `파리기후협약`을 잘 이행해도 여름철 북극 빙하가 모두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예측됐다.

파리기후협약은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맺은 국제협약이다. 2100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상당히 낮고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게 목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기후물리 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은 안순일 연세대 교수 및 국제공동연구진과 함께 수십 개 기후 모형들을 고려해 새 통계 기법에 개발했다.

12일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통계 기법들은 각 기후 모형들이 서로 관련이 없다고 가정했는데 실제 기후 모형들은 서로 일부 수식을 공유하거나 같은 계산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호 의존성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보통 직접 측정할 수 없는 미래 기후 변화는 과거 기후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토대로 예측한다. 이때 쓰이는 전(全)지구 기후 모형은 대기, 해양, 빙하 등 주요 요소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방대한 양의 수식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으로 40여 개 이상의 기후 모형들이 있고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미래 기후를 전망한다.

특정 지구온난화 온도 상승 수준에 도달할 시 9월 북극해빙이 완전히 유실될 확률. 이 결과는 31개 기후 모형의 고농도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 (대표농도경로 8.5)에 따른 기후 전망 결과에 새롭게 개발한 통계 기법을 적용해 산출되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Elke Zeller and Roman Olson 제공.
특정 지구온난화 온도 상승 수준에 도달할 시 9월 북극해빙이 완전히 유실될 확률. 이 결과는 31개 기후 모형의 고농도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 (대표농도경로 8.5)에 따른 기후 전망 결과에 새롭게 개발한 통계 기법을 적용해 산출되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Elke Zeller and Roman Olson 제공.

연구진은 새로운 통계 기법을 31개 기후 모형에 적용했다. 여기에 학계의 온실기체 배출 시나리오 중 가장 높은 배출량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입력했다. 그 결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이 1.5도에 이르면 9월 북극 해빙이 완전히 유실될 확률이 최소 6%에 달하며, 2도에 이르면 그 확률이 28%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제1저자인 로만 올슨 연구위원은 "모형들 간의 의존성을 고려해 확률 값을 산정할 수 있는 수학적 프레임워크는 지금까지 수립되어 있지 않았다"며 "이번에 개발한 통계 기법은 의존성에 대한 고려 뿐 아니라 현재 기후를 실제 관측과 유사하게 모의하는 모형에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이준이 IBS 연구위원(부산대 조교수)은 "이미 전 지구의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도 이상 상승했고, 지금 추세라면 2040년에는 1.5도 상승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번 연구는 북극빙하 유실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해 지금보다 더 엄격한 기후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IF=12.353)지에 9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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