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가설은 1992년 <사이언스(Sceince)>에 처음 발표됐다. (사진=픽사베이)

[더리포트]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Cascade Hypothesis)’. 이 단어에서 알츠하이머 병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의학 지식이 좀 있거나 관련 사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의학계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지난 20여 년 동안 알츠하이머 병 치료제 개발의 원동력으로 본다. 이 내용은 신간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바이오스펙테이터. 2019년)에 자세히 등장한다. 생명과학, 더 좁게는 신약 개발의 현주소를 살펴본 책이다.

책에 따르면 이 가설은 1992년 존 하디(John A. Hardy)와 제럴드 히긴스(Gerald A. Higgins)가 <사이언스(Sceince)>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병 환자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많이 발견된다.

존 하디와 제럴드 히긴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자체에 독성이 있으며,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친 플라크가 알츠하이머 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인지 능력 저하 등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플라크가 신경세포 사이에 쌓이면서 신호전달을 막으면, 기억도 판단도 운동도 막힌다는 것이다.

아밀로이드 가설은 이미 만들어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거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면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세웠다.

2018년 1월 기준 미국 임상정보사이트(clinicaltrials.gov)에는 모두 112개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관련 임상시험이 등록되어 있다. 대부분 바이오젠(Biogen), 로슈(Roche), 일라이릴리(Eli Lilly) 등 전 세계적 규모의 대형 제약기업들이 진행하는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환자의 인지 능력 등이 유의미하게 회복된 경우는 없었다. 이로 인해 아밀로이드 가설을 포기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바이오스펙테이터. 2019년)의 저자는 여전히 알츠하이머 병과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자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압도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아밀로이드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는 학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채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알츠하이머 병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쌓이는 것은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35쪽

저자는 신약개발 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들이 아밀로이드 가설을 서둘러 포기하기보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없애는 치료가 가능한 초기 환자 가운데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아내는 것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어떻게 뇌를 고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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