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가 TED를 통해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더리포트] 자, 이런 가정을 해보자. 한 중학교가 학생의 성적을 높일 방법을 찾다가 ‘현금 유인책’ 아이디어를 냈다. 1등급을 받을 경우 한 과목에 10만원씩 주는 방식이다. 이 행위는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 것인가. 그리고 이 행위의 결과는 어땠을까.

이에 관한 답은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책으로 익숙한 하버드 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가 준다. 그는 강연 사이트 TED에서 한 ‘왜 시민생활에서는 시장경제가 안 되나‘ 강연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 강연 내용은 시장경제가 시민사회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먼저 샌델 교수는 ‘시장사회’란 개념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시장사회는 ‘거의 모든 걸 사고 팔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일종의 시장경제가 시민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방식이다.

사실 오늘 날 자본주의는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샌델은 교도소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교도소에서는 수용된 시설이 마음에 안 들 경우, 업 그레이드를 하는데 하루 82달러가 든다. 또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의회 청문회가 열릴 때면 로비스트들은 줄 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람을 사서 대신 줄 서는 회사를 이용한다. 이는 우리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놀이공원 긴 줄을 '급행티켓'으로 해결하는 일이 그 중 하나다.

샌델은 시장적 사고와 가치가 인간관계부터 가족생활, 건강, 교육, 정치, 법 등 삶의 모든 면을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과 걱정을 제기했다. 우리사회가 시장사회화 하는 일은 옳은가.

강연에 따르면 이 상황에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불평등이다.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을수록 돈의 적고 많음이 더 중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요트를 갖거나 고급 차를 사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이 본질적으로 행복한 삶에 도달하는 과정을 지배하게 된다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충분한 의료서비스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 정치적 결정권이나 선거에서의 영향력 등 입니다. 이런 것을 지배하게 되면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또 하나 문제는 가치의 훼손 혹은 마모다. 사회적 재원이나 사회적 관습의 영역에 시장적 사고와 가치가 간섭하게 되면 본래의 의미가 변질되어 소중히 해야 할 자세나 규범을 몰아내 버린다.

그는 시장 매커니즘의 적용에 관한 논란의 예로 맨 앞에서 말한 현금 유인책을 들었다. 미국에서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학생들의 성적으로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시장적 해법’을 제안했다. 현금 보상이다. 실제로 뉴욕이나 시카고, 워싱턴 DC에서 실험을 했다.

대표적인 예는 텍사스 댈러스에서 책읽기에 적용한 사안이다. 책을 한권 읽을 때마다  2달러를 줬다고 한다.

강연 중 샌델은 그에 대한 청중의 의견을 물었다. 한 청중은 그 시도를 반대했는데 이유는 ‘내재적 동기의 박탈’이었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없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결과는 학생마다 혼재되었는데 대부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샌델 교수의 말이다.

“2달러는 더 많은 책을 읽게 하기는 했습니다. 게다가 더 얇은 책을 읽게 했지요.”

더 중요한 문제는 추후의 결과다. 그 학생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책읽기를 돈 받고 읽는 일로 여겼을지, 아니면 잘못된 동기로 읽었지만 자연적으로 책읽기를 좋아했을지 이다.

샌델은 여기에 경제학자가 간과한 내용이 있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시장은 교환하는 재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교환되는 상품이나 재화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샌델은 TV나 휴대폰 같은 유형의 재화 경우에는 맞지만 무형의 재화는 다르다고 말했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회적 행위에 있어 시장 매커니즘 효과, 즉 현금 장려금을 도입하면 오히려 소중한 비상업적 마음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여기에서 청중은 ‘우리의 삶이 시장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 강연의 취지에 공감하게 된다.

돈이면 다 된다는, 그 오래된 자본주의적 사고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화두를 던지는 강연이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