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에서의 특정 발명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더리포트]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두 발로 섰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말하기 시작했다.“

인류에 대한 이 같은 학자들의 분석에 우리는 그동안 동의해왔다. 그러나 이 주장에 반기를 드는 이가 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 공동발행인 위르겐 카우베다. 그는 <모든 시작의 역사>(김영사. 2019)를 통해 인류 문명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인류 문명에 대한 결정론적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화폐의 발명도 그렇다. 저자는 인류가 물물교환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돈을 발명했다는 주장에 반박한다.

사실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직립보행, 언어, 춤, 도시, 돈, 종교, 정치적 지배, 서사시의 시작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처음으로 말을 하게 되었고, 누군가 처음으로 직립보행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 인간이 그런 것들을 발명했다고 상상할 수 없는 탓이다.

'모든 시작의 역사'
'모든 시작의 역사'

저자가 살피는 주제는 직립보행, 익혀 먹기, 말하기, 미술, 종교, 음악, 농업, 도시, 숫자, 돈, 일부일처제 등 16가지다. 키워드는 ‘시작’이다. 저자는 추상적이 주장만 나열하지 않고 구체적인 논리를 편다. 예컨대 음악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그렇다

인간 아기들은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들이 홀로 방치된 게 아니라는 신호를 필요로 했다. 아기를 안는 팔 대신 마음을 진정시키는 전(前) 단계 음악을 통한 소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 음악이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있었을까? 바로 어머니 목소리이기 때문이고, 반복을 통해 안정적인 기대감을 만들고 음높이와 고요함을 통해서는 위험이 없다는 상황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울부짖는 아기가 맹수들로 가득 찬 세계에서 자신과 어머니를 극한 위험으로 몰아가는 것이니 이런 진정 효과는 ‘생존전쟁’ 상황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보면 음악의 시작은 위안이었다. -165쪽

직립 보행에 대해서도 도구설 대신 '적응설'을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수컷 원숭이들은 숲이 아니라 초원에서 먹이를 찾아야 했다. 나무 위가 아니라 땅에 내려와 움직여야 했고, 웅크려 앉아 땅바닥을 뒤질 일이 많아졌다. 그에 따라 신체구조가 변화했다. 직립보행은 기후변화에 따른 적응의 산물이었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문명은 각본에 따라 만들어진 산물이 아니라 우연과 오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탄생한 결과다. 그런데도 우리는 문명의 시작을 단순화해 생각하곤 한다. 책의 핵심 내용은 첫 문장에 있다.

"가장 중요한 발명들은 발명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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