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후엔 꼭 한 두 개 남는 외국 화폐들. 가끔 여행 당시의 추억을 소환한다.(사진=픽사베이)
해외여행 후엔 꼭 한 두 개 남는 외국 화폐들. 가끔 여행 당시의 추억을 소환한다.(사진=픽사베이)

[더리포트] 퀴즈.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추억과 함께 남는 사물이 있다. 무엇일까. 단, 별로 쓰임새가 없다. 답은 잔돈, 동전이다. 가지고 있어도 쓸 방도가 없는 이 외국 주화는 가끔 제 구실을 한다.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때다.

그런데 ‘예술 하는’ 사람은 이 동전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나보다. 논문 <낙관의 의미를 결합한 주화 장신구 연구-A study of coin jewelry that combines the spirit of imprinting>(김다은, 홍익대학교 대학원: 금속조형디자인과, 2019)는 여행에서 남은 자투리 사물로 디자인을 구상했다.

연구자는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타국의 주화들을 수집했다. 주화(鑄貨)는 기원전부터 국가의 상징을 도안에 넣었다. 연구자는 이 주화 중 대표적인 유럽의 통화(通貨)인 유로(euro)와 영국의 파운드 스털링(pound sterling)의 도안에 주목했다.

크리스찬 디오르의 동전 장신구.
크리스찬 디오르의 상품.

논문에 따르면 현대 유럽의 주화들은 작은 크기 안에 국가의 상징을 세밀하고 화려하게 압인(壓印)시켰다. 또한 역사와 문화, 철학을 함축시킨 특징을 매개(媒介)로 하여, 여행국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논문 저자는 여행의 여정을 함께했던 주화를 낙관(落款)하는 방법으로 장신구를 제작했다. 낙관은 동양 회화(繪畫)에서 작가의 고유성을 증명하기 위해 화폭에 인장(印章)을 찍는 행위를 말한다. 금속의 경우, 왁스(wax)를 녹인 후 주화를 눌러 찍었다.

주화를 이용한 디자인이나 패션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이 때의 주화는 단지 예술을 위한 도구로 쓰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의 주화는 그 자체가 주인공이다. 저자의 말을 빌면 “낙관을 하는 것은 여행에서 느꼈던 다양한 심상(心象)을 불러일으키며, 연구자의 감성을 작품에 이입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서랍 속에서 방치된 채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쓰레기통으로 가는 동전 부스러기. 이와 달리 추억을 쓸모 있게 만듦과 동시에, 예술로 승화시킨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연구자는 “낙관의 의미를 결합한 주화 장신구들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착용하는 이들에게도 여행의 종적(蹤跡)을 되짚어보게 함으로써 추억을 회고(回顧)시킨다”며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장신구로 남아 오래도록 행복했던 추억들이 상기(想起)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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