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 자력자강 나서지만, 영국계 반도체 디자인 설계 기업 ARM이 직격타

[더리포트] ‘철의 장막(iron curtain)’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 진영에 속하는 국가들의 폐쇄성을 일컫는다. 그런데 ‘철의 장막‘이 쳐짐으로써 경계 안쪽과 바깥쪽이 전혀 소통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그 용어는 냉전의 상징이다. 그런데 최근 폐기 처분되었던 ‘철의 장막’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코트라(KOTRA) 이정민 미국 워싱톤무역관은 29일 미국 언론 동향을 살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요 언론은 앞 다투어 일련의 미중 기술 분쟁을 '디지털 철의 장막'(Digital Iron Curtain) 시대의 도래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발표 후, 미-중 무역 분쟁은 한층 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외신은 양국이 기술 냉전에 돌입할 경우 향후 전 세계적 파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철의 장막’이 쳐질 경우의 상황이다.

미국 및 우방 진영이 첨단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서 중국을 배척할 경우 중국은 기술력 자강책에 나설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 봉쇄에 대응해 오픈소스 안드로이드로 자체 OS를 개발하려한다. 그러나 문제는 ARM이다. (사진 더리포트)

이에 따라 중국은 막대한 국가보조금 지원을 통해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계, 칩기술,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중국 기술 표준(Standard)을 세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화웨이는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계인 흥멍(HongMeng) OS를 개발해왔으며, 올해 가을부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수년 전부터 자회사 하이실리콘(HiSilicon)을 통해 반도체 자립도 제고에 노력해왔다.

이같은 중국의 자력 갱생은 장기적으론 미국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이란 국가의 특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기술적 성취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영국계 반도체 디자인 설계 기업 ARM가 수출을 중단함으로써 화웨이의 기술 자립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기술전문지 와이어드(Wired)는 최근 기사에서 "화웨이가 오픈소스 안드로이드로 자체 OS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있으나, 문제는 오픈소스 역시 ARM 기반 칩을 위해 설계됐다"며 "ARM이 없이는 화웨이의 모든 백업(backup) 플랜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애널리스트인 데이빗 버스테인(Dave Burstein)은 "화웨이에게 ARM을 잃는 것은 안드로이드를 잃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2012년부터 ARM 기반으로 반도체를 생산해 온 하이실리콘에게 존폐가 달린 위기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영국 본사, 미국 개발, 일본 자본(소프트뱅크 소유)이 결합된 미 우방진영의 총아인 ARM을 통해 중국의 가장 아픈 곳에 비수를 꽂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로서는 사면초가다.

미국은 첨단기술분야 수출/수입 통제에 이어 해외인력 채용규제까지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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