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우리 사회에서 발명가의 대접은 작가나 예술가에 비해 매우 낮다. 둘 다 근원은 창의성인데 발명 쪽은 기술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 창의성을 계발하고자 한다면 발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발명은 마치 콜럼부스 달걀처럼 누군가 하고 나면 쉽고 평이하게 보이지만 처음 고안해내는 일은 늘 기적이다. 누군가가 아무도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첫 발걸음을 옮긴 덕에 가능한 것이다.

미소는 신이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다. 사람은 복잡다기한 표정을 짓는데, 오로지 미소만이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 물론 미소 짓는 기술은 타고난 것이다. 신생아는 출생과 동시에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미소가 두려움과 복종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니체는 “세상에서 인간보다 큰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웃음을 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파했다.

이 미소는 20세기 들어서 발명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일 마크’ 도안 이야기다. 웃는 얼굴을 선만으로 그린다면 원을 그리고 두 개의 눈과 입을 그릴 것이다. 그런데 이 스마일 마크는 발명의 산물이고, 불과 40여 년의 짧은 역사를 지녔다. 최초의 창안자는 미국인 광고 그래픽 전문가 하비 볼(Harvey Ball)이다. 

1962년 미국에서는 두 보험회사(State Mutual Life Assurance Company of  Worcester, Guarantee Mutual Company)가 합병했다. 새로 출범한 회사에서는 이질적인 양 측 직원들의 화합이 필요했고, 그 방안으로 '우정 캠페인(Friendship Campaign)을 시작했다. 그때 그 캠페인에 쓸 이미지가 필요했다.

하비 볼 스마일 도안(왼쪽)과 프랭클린 루프라니 스마일 도안. (사진 픽사베이)
하비 볼 스마일 도안(왼쪽)과 프랭클린 루프라니 스마일 도안. (사진 픽사베이)

이 주문을 그래픽 디자이너 하비 볼이 맡았다. 그는 동그라미에 웃는 눈과 입을 넣은 스마일 페이스를 고안했다. 배경은 나중에 여러 색이 나왔으나 처음엔 노란색이었다. 참고로 노란색은 밝은 인상을 준다. 그는 이 도안에 ‘스마일리(Smiley)’라는 이름을 붙였다. 1963년 일이었다.

이 마크는 뜻밖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자 회사는 배지를 만들어 마케팅 용도로 활용했다. 배지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고, 통계에 의하면 72년까지 무려 5천만 개의 배지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 ‘미소 바람’은 유럽으로 건너갔다.

1971년 프랑스 언론인 프랭클린 루프라니(Frankling Loufrani)가 스마일 도안을 고안해 저작권 신청을 냈다. 이 도안은 신문구독을 촉진하는 방편으로 만들어졌다. 그가 만든 스마일 페이스가 스마일리과 다른 점은 입 꼬리인데 좀 더 자연스럽다. 끝 부분 선 처리 하나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루프라니는 이 웃는 얼굴로 수백만 프랑을 벌었다. 하비 볼은 스마일을 발명한 사람이 자신이라며 법정 싸움을 제기했다. 사람들에게 긍정과 행복을 전하는 이 미소 뒤에 ‘미소 전쟁’이 있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미소 뿐 아니라 ‘생각’을 둘러싼 소유권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이 사실은 지나온 발명의 역사가 보여준다. 예컨대 지극히 단순하게 보이는 연필만 해도 스위스와 프랑스, 오스트리아가 각각 자국이 발명의 원조임을 내세우며 다툰다.

훗날 하비 볼은 웃음전도사가 되어 미소를 보급하는데 앞장섰다. 반면에 루프라니의 미소는 가업(家業)이 되었다. 그의 아들은 현재 스마일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하비 볼은 맨 처음 ‘미소의 표준’을 만들었다. 미국 심리학자 폴 에크먼(Paul Ekman)은 미소를 여러 종류로 나누었다. 미소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미소부터 경멸하는 미소, 억지 미소까지 다양하다. 폴 에크먼은 이 중, 표준은 즐겁고 진정성 있는 미소로 봤다. 적절한 사례는 토머스 하디(Thomas Hardy)가 소설에서 묘사한 다음과 같은 표정이다.

‘농부 오크가 미소를 지었을 때, 그의 양쪽 입 꼬리는 길게 벌어져 귀에 걸렸고, 눈은 갈라진 틈새처럼 줄어들었으며, 주름이 가지를 치듯이 눈과 입 주위에 나타나 어린아이가 서투르게 그린 해 그림 속의 햇살처럼 온 얼굴 위로 퍼져나갔다.’-<광란의 무리를 떠나서(Far from the Madding Crowd)>(1874)

잠자리에서 일어나 미소 지으며 기지개를 한껏 켜는 농부의 모습이 상상된다. 가히 미소의 표준이라 할 만하다. 이런 미소는 언제든 타인을 무장해제 시킬 만큼 위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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