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 중국의  '과학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세계 과학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역기능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일대일로’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말이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처음 밝힌 전략이다.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중국의 과학 일대일로 정책을 5편의 특집기사로 다루고 있다.

25일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은 북극에서 남미까지 전 세계 국가와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과학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중국 과학계는 126국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중국은 이 과학 일대일로에 18억위안(약 3100억원)을 쏟아부었으며 12만명 이상의 과학자 교류 실적을 거뒀다.

이와 관련 네이처는 "미국과 옛 소련을 비롯해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유례가 없었을 만큼 중국의 과학 일대일로는 규모가 크고 협력 분야 역시 다양하다"고 분석했다.

그 사례는 매우 많다. 이를테면 스리랑카에는 식수 안전성과 신장병을 연구하는 실험실을 개설했다. 중국 벼연구소는 지난해 파키스탄 카라치대와 항저우시에 공동 연구소를 설립했다.

남미에서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관측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포도와 쌀 신품종을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중·동부 유럽 국가 16국이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중심부인 벨기에도 중국과 의료기기·태양전지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지금까지 해외에 과학기술교육센터 9곳을 설립했으며, 과학 일대일로를 위한 국제과학기구연맹(ANSO)도 출범시켰다. 또 기술 중심 기업들로 '일대일로 산업연맹'도 결성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네이처에 따르면 문제는 생물 다양성 파괴와 중국으로의 종속 심화다.

네이처에 따르면 세계자연기금(WWF)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일대일로가 지나가는 곳에 1739군데의 생물다양성 핵심 지역이 있다"며 "이 지역들에서 호랑이, 사이가산양 등 멸종위기 265종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은 과학 기술 표준이나 통신 인프라, 에너지 개발, 인재 유출 등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세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

스리랑카의 말라리아 학자인 카미니 멘디스 박사는 "젊은 연구자들이 중국으로 몰리면서 서구 과학계와 연계는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과 지역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인도는 스리랑카 정부에 여러 차례 중국과 과학 협력 규모를 축소하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개도국으로서는 자국의 현안을 해결하고, 중국 쪽에서는 영향력 확보와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 '과학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향방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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