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음성 안내가 대부분 여성 음성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에 대한 비판적인 주장이 제기되었다.
인공지능의 음성 안내가 대부분 여성 음성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에 대한 비판적인 주장이 제기되었다.

[더리포트] 전철 안에서 듣는 안내 음, 공공기관 콜 센터 안내 음. 모두 여성 목소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왜 여성이어야 할까. 이 문제를 환기시키는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유엔(UN)이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여성 목소리가 성에 대한 부정적 관념(편견)을 야기시킨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유엔(UN) 산하 교육과학문화 분야 위원회인 유네스코(UNESCO)는 최근 독일 정부와 소녀 및 여성의 기술 평등을 지원하는 평등기술연합(EQUALS Skills Coalition)과 함께 발행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여성 목소리의 인공지능 음성비서가 사용자에게 여성을 기꺼이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도우미라는 편견을 주입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유네스코의 <할 수 있다면 얼굴이 빨개질거야: 교육을 통한 디지털 기술의 성 격차 해소(I'd blush if i could: closing gender divides in digital skills through education)> 보고서는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그들이 종종 모욕에 대해 '회피적인, 미숙한 또는 사과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라며 알렉사(Alex)나 시리(Siri)와 같은 음성비서에 전통적인 여성 이름을 부여한 기술 기업들이 음성비서를 여성 목소리로 만드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 제목 'I'd blush if i could'는 노골적인 성적 질문에 시리가 답한 반응에서 따왔다. 단순히 목소리뿐만 아니라 애플이 시리의 성 정체성을 여성으로 부여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보고서는 "남성 엔지니어가 압도적으로 많은 애플,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은 여성화된 디지털 음성비서가 언어적 학대에 반응하도록 인공지능을 구축했다"면서 "대부분의 음성비서의 목소리는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버튼을 누르거나 '헤이' 또는 '오케이'와 같은 무뚝뚝한 음성 명령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분고분한 도우미라는 신호를 보낸다. 음성비서는 명령자가 요구하는 것 외에 어떠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명령에 따르고 어조나 적대감에 관계없이 질문에 답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많은 사회에서, 이것은 여성들이 낮은 대우에 복종하고 관대하다는 일반적인 성적 편견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는 비디오게임 헤일로(Halo)의 여성 캐릭터 이름에서 따왔고, 애플 시리는 '아름다운 승리'를 뜻하는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인도 일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여성 이름이다.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는 중성적인 명칭이지만 기본 음성은 여성이다.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시민권을 부여받아 화제가 된 홍콩 핸슨 로보틱스의 AI 로봇 '소피아(Sophia)'도 여성의 외형과 목소리를 가졌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는 IT기업의 남성 중심적 문화를 원인으로 들었다. 보고서는 "남성 엔지니어가 압도적으로 많은 애플,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들은 여성화한 AI 음성비서가 언어적 학대에 반응하도록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은 AI 음성비서의 목소리를 최대한 성 중립적으로 만들고 성적 모욕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IT 회사들이 "인간과 다른 기계적 목소리로 AI를 재설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사니예 코랏 유네스코 양성평등국장은 "AI 기술이 어떻게, 언제 사용되고 개발되는지 어떻게 젠더화된 양상을 보이는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