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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 '서연의 집'은 왜 인기있을까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 '서연의 집'은 왜 인기있을까
  • 김태우 기자
  • 승인 2019.05.27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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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포트] 영국의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펴낸 <이기적인 유전자>는 과학계의 대단한 문제작이었다. 인간이 ‘유전자의 운반체’라는 주장은 인간의 존재 의미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이 주장과 함께 지식인이 주목한 단어는 인류사에서 처음 등장한 '밈(meme)'이다. 인간에게는 자손대대로 이어지는 DNA가 있다. 마찬가지로 '밈'은 ‘형체가 없는 문화적인 요소’라는 유전자이다. 여기에는 언어, 관념, 의식, 관행, 양식, 기억 따위가 모두 포함된다. 이를테면 신이 존재한다거나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믿음이 그렇다. 음식 조리법이나 건축 기술, 패션 같은 것이다.

다소 어려운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을 통해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 '서연의 집'이 인기를 끄는 요인을 분석한 논문이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 밈과 영화 속 ‘서연의 집’ 밈의 재현에 관한 연구>(최보윤,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2018)는 제주도 ‘서연의 집’을 관객들이 왜 꾸준히 찾는지에 대한 이유를 '밈'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건축학개론>(이용주 감독)은 2012년 3월 개봉해 관객 411만 명을 끌어모은 작품이다. 영화 속 촬영지는 현재 ‘서연의 집’이란 카페로 재건축된 상태다.

영화 '건축학개론'.
영화 '건축학개론'.

논문은 해당 영화에 대한 기억이 어떤 식으로 전이되고 있는지 관계를 살폈다. 쉽게 말해 영화에 관한 어떤 기억이  ‘서연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냐는 것이다. 동시에 ‘서연의 집’은 어떻게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만드는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그 영화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가를 추적했다. 그 방법으로, 설문을 통해 <건축학개론>의 밈을 ‘스토리’ 밈, ‘상징적 공간’ 밈, ‘배우’ 밈으로 범주화하고 그 범주화한 밈들을 유전자형 밈과 표현형 밈으로 영화의 밈들을 분류했다.

그 결과 재건축된 ‘서연의 집’의 밈은 도킨스가 제시한 성공적인 밈의 특성인 충실성, 다산성, 장수성을 충족시켰다는 점을 확인했다. 관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현상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성공적인 밈 복제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논문은 “임시 건물이었던 세트를 철거하고 재건축된 ‘서연의 집’은 영화 속과 달리 현실성과 목적에 맞게 변형되어 지어졌다“면서 ”영화를 떠올릴 수 있도록 영화의 밈을 복제, 재현해 꾸준히 밈을 생성·저장하며 영화를 보고 찾는 관객들에게 영향을 주고, 계속 영화를 기억하고 방문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결론으로 ‘성공적인 영화 촬영지는 영화의 밈이 영화 촬영지에 충실하게 복제, 재현되어 있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건축학개론>은 서연(한가인 분)이 15년 만에 승민(엄태웅 분)에게 찾아와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한다.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에 있는 집의 재건축을 통해 옛 추억을 되살리고 새로운 기억을 쌓아나가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다.

밈은 유전자가 자가복제를 통해 생물학적 정보를 전달하듯이, 모방을 거쳐 뇌에서 뇌로 개인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다양한 사회 현상과 문화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이론에 따르면 ‘서연의 집’은 영화팬에게는 누구나 한 번은 해본 첫 사랑의 기억을 재현하는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영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혹은 영화 촬영장을 잘 활용하려 할 경우에 이 밈의 작동원리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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