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 형질을 두고 우성과 열성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이 표현은 우성은 뛰어나고 열성은 뒤떨어진다는 오해를 부른다며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간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2>(바틀비.2019)의 저자인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은 "일본 유전자학회는 이미 2017년부터 우성과 열성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련 용어는 ‘현성(顯城)’과 ‘잠성(潛性)’이라는 용어로 바꾸었으며 현성은 ‘눈에 띄는 성질’이라는 뜻이고 잠성은 ‘숨어 있는 성질’이라는 뜻이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바틀비 펴냄) 

이는 과학적으로도 옳다.

책에 따르면 순종 둥근 콩(RR)과 순종 울퉁불퉁한 콩(rr)을 교배시키면 유전자형은 Rr이 된다. 유전자형에는 둥근 성질과 울퉁불퉁한 성질이 다 들어 있다. 그런데 유전자형이 Rr인 완두콩은 둥글다. 그 이유는 두 성질 사이에 우열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둥근(R) 성질은 눈에 띄고 울퉁불퉁한 성질(r)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또 우성과 열성이라는 표현은 오해와 편견 나아가 혐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우성은 뛰어나고 열성은 뒤떨어진다는 오해를 받아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십상이다. 우생학의 근거가 되는 데다 인종차별의 이론적인 배경이 되기도 한다.

사실 우성과 열성이라는 용어는 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멘델이 유전의 원리를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이후부터 쓰였다. 둥근 콩과 울퉁불퉁한 콩을 교배시켜 어떤 형질이 다음 세대에 나타나는지 증명한 멘델의 유전법칙이다.

그는 둥근 형질과 노란 형질을 ‘우성’, 울퉁불퉁한 형질과 초록 형질을 ‘열성’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생김새가 다를 뿐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예컨대 장미꽃과 백합을 두고 우열을 말할 수 없다.

이 관장은 "우리는 굳어버린 용어를 바꾸는 데 매우 인색하다"고 꼬집으며 "일본학회는 ‘변이’를 ‘다양성’으로 ‘색각이상’과 ‘색맹’은 ‘색각다양성’으로 바꿔 표기한다"고 덧붙였다. 유전정보가 이상하게 변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 정보가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책은 동명의 전작 후속편으로 일상의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삶과 과학을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과학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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