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종자저장고 모습.(사진=노르웨이 정부 홈페이지)
국제종자저장고 모습.(사진=노르웨이 정부 홈페이지)

[더리포트]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초 지구촌 과학도의 비상한 관심을 끈 소식이다. 스발바르제도가 어떤 곳이 길래 그럴까. 이 퀴즈에 알 만한 사람은 고유명사 하나를 댈 것이다. 바로 ‘국제종자저장고‘다, 이 곳에는 전 세계의 종자 1백만 개가 보관되어 있다. 지구 대재앙에 대비하기 위한 식물 보관 기지이자, 식물의 종자 은행이다.

’노아의 방주‘, ’세계 종말의 방‘,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 ’깊은 산속의 UN’, ‘전 세계 식물 도서관’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이 국제종자저장고가 얼마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유튜브다.

Veritasium의 동영상 280만 회 클릭

유튜브에서 ‘International Seed Vault’을 검색하면 무려 250개의 동영상이 뜬다. 저 멀리 10년 전부터 가장 최근(1개월 전) 영상까지 볼 수 있다. 올린 기관도 CNN과 BBC, 폭스, CBS, 내셔널 지오그래픽까지 다양하다.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상은 280만 회를 자랑하는 Veritasium의 영상이다. Veritasium은 약 52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과학 채널이다. 해당 영상은 한 캐나다인이 국제종자저장고 현장을 직접 방문한 르포 보고서다.

국제종자저장고는 2008년 2월 유엔 산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건립했다. 비용은 2억 달러(약 2,400억 원)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에서 1천km 떨어진 영구동토층에 위치해 있어서 씨앗을 보관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저장고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다 녹더라도 잠기지 않도록 해발 130m 높이에 지어졌다.

280만 회를 자랑하는 Veritasium의 영상.(화면 캡쳐)

가장 최근에 올린 Veritasium의 영상을 따라가 봤다. 장소는 영구동토층이어서 특별한 사태, 즉 정전 같은 일이 발생해도 평생 영하 4~5도 유지 한다. 저장고에는 총 다섯 개가 문이 있다. 이 중 하나를 열자 매우 긴 터널이 나왔다. 흡사 고속도 터널 같은 모양이다. 갱도 길이는 120m 정도다.

여기에는 씨앗 금고(저장고)가 셋 있다. 리포터가 금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장고의 문은 딱 한 곳이다. 자료에 의하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보관하는 6개의 마스터키로만 열 수 있다고 한다. 금고 안은 온통 성애가 끼었다. 내부 온도는 영하 18도.

금고 안에는 수많은 밀봉 봉지가 있었다. 안내인에 따르면 씨앗은 상자에 들어간 다음에 밀봉되고 그 후 누구도 못 연다. 그러자 리포터가 물었다.

“내부 물질이 씨앗인지 어떻게 알지요?”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혹시 이상한 식물은 없습니까?”

“그런 식물 없습니다. GMO도 취급하지 않습니다. 씨앗이 도착하면 항공 보안 탐지기로 폭발물인지 검사를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저장고에 개인 씨앗을 저장하고 싶다는 부탁이나 자신의 유전물질을 저장하고 싶다는 편지가 도착한다는 사실이다.

리포터는 캐나다 인이라 자국의 씨앗에 관심을 나타냈다. 아마도 한국 사람이었다면 우리나라가 보낸 씨앗에 관심 가질 것이다. 참고로 북한 씨앗 상자는 미국 씨앗 상자와 같은 선반에 있다. 그 뒤에 우리나라 상자가 있다.

이 저장고에는 앞으로도 3백만 개의 씨앗이 추가로 보관될 예정이다. 씨앗을 지키는 일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안내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구촌의 다음 세대가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우려했던 복병 앞에 위태로운 ‘씨앗 창고’

국제종자저장고의 목표는 핵전쟁, 소행성 충돌,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등 지구적 규모의 재앙 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식량의 씨앗을 저장하는 일이다. 그러나 가장 안전하다는 이 최후의 기지가 우려했던 복병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노르웨이 환경부 의뢰로 스발바르대학센터(UNIS)가 조사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스발바르제도는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오는 2100년 안에 평균기온이 최대 1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우려는 현실화 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국제종자저장고가 있는 스피츠베르겐섬은 기온 상승으로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 2017년엔 3개의 지하 저장고 중 한 곳의 입구 터널이 침수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온난화 외에도 강수량의 증가와 산사태와 눈사태의 발생은 지반 침식을 앞당기고 있다. 답은 결국 탈 온난화다. 즉 탄소배출량 줄이기다. 사실 전 세계에는 스발바르 저장고 말고 1,700개 종자은행이 있다. 그러나 만약 현재 상태가 이어진다면, 가장 큰 노아의 방주 한 곳에 구멍이 생길 지 모른다.

‘Veritasium’ 영상엔 약 6천 건의 덧글이 달려 있다. 그중 ‘Scott Fulps’란 네티즌은 “기대했던 것보다 위대한 작업“이라며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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