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의 새 책 '연필로 쓰기'의 홍보 사진. (이미지 제공-문학동네)

[더리포트] 말은 얼마나 말 많은 것인가.

작가 김훈이 말의 비루함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김훈은 최근 출간된 <연필로 쓰기>(문학동네. 2019)를 통해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 싸움 행태를 거론하며 ‘말의 더러움’을 지적했다. 김 작가는 여-야의 정쟁의 속성을 ‘물타기’라며 “대한민국 국회의 연금술“이라고 규정지었다. 

‘물타기’란 특정 문제의 본질을, 다른 주장과 섞어 진실을 흐리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주장이란 왜곡된 정보나 편향된 의견 따위다. 정쟁에서 물타기란 정치인의 과오 있을 때, 당파적 이익을 위해서 진실을 호도하기 위해 사용된다.

책에 따르면 김훈은 “물타기는 문제를 규명해서 해결하지 않고 쟁점을 일단 물 대 물의 대결로 바꾸어 놓고 물과 물을 섞음으로써 대결국도를 지워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물타기는 사실이나 법리가 아닌 말에 의해 수행된다”며 “물타기는 곧 말의 전쟁”이라고 밝혔다.

이 물타기의 결과는 곧 말의 쓰레기다. 김훈은 이 쓰레기가 무엇인지 사전을 통해 알렸다. 말(言)이란 한자가 들어가서 조합된 단어들이다.

저(詆)-남을 근거없이 헐뜯는 말.

무(誣)-사실이 아닌 일을 꾸면서 남을 해치는 말.

첨(諂)-상급자에게 빌붙는 말.

과(誇)- 허풍을 떨고 튀겨서 말함.

사(詐)-거짓말로 속이고 위장하는 말.

김훈은 이 같은 단어를 40여 개나 나열한 뒤, “들이대자면 끝이 없고 더러워서 그만 하겠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言’자는 고대 중국의 갑골문자에 보이는데, 그 후의 역사 속에서 ‘言’은 수많은 글자를 파생시키면서 글자마다 이처럼 무거운 죄업을 뒤집어쓰고 오늘에 이르렀으니, 말의 더러움, 말의 비열함, 말의 사특함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번창했다“고 일갈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통찰이며, 말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글이다.

새 책 <연필로 쓰기>는 김훈의 독특한 시각으로 읽은, 세상에 대한 산문집이다. 참고로 작가에게 연필은 농기구와 같은 밥벌이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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