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케플러의 초상.(사진 위키피아)
요하네스 케플러의 초상.(사진 위키피아)

[더리포트] 과학은 아이디어의 역사다. 숱한 과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이론과 법칙을 만들었다. 가설은 곧 아이디어다.

과학엔 어렵고 지루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아이디어 관점에서 보면 과학책은 지적 쾌감을 주는 이야기책으로 바뀐다.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수수께끼 같은 과학의 퍼즐을 완성할 수 있다.

행성을 탐험하는 장거리 우주선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연료 공급이다. 이 해결책 중 하나가 ‘플라이바이(Plyby)’다. ‘행성 궤도로의 근접비행‘이란 뜻의 이 플라이바이는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비행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1961년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이던 마이클 미노비치가 만든 이론이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두 손을 잡고 빙빙 돌다 놓는 격이다.

별에 근접하면 중력이 우주선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다. 이 점을 활용하여 우주선은 속도를 공짜로 얻는다.

1977년 나사는 보이저 호를 우주에 띄웠다. 당시에는 운 좋게도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176년 만에 거의 일직선으로 줄을 섰다. 따라서 이 플라이바이를 이용, 차례차례 행성의 도움을 받아 우주 멀리 날라 갈 수 있었다.

우주선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우주 고속도로’ 이용이다. 지난 2002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발표로 알려진 이 ‘우주고속도로’는 플라이바이와 반대로 중력을 역이용 한 것이다. 우주에는 어느 천체의 힘도 미치지 않는 ‘무중력 길’이 있다. 실제로 혜성이나 소행성이 이 공간을 타고 유유히 비행하고 있다. 이 길을 이용하면 적은 연료를 들이고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다.

연료를 아끼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과학 아이디어는 우주 범선의 기발한 발상에까지 이르렀다. '태양광 돛단배(solar sail)'로 불리는 이 방법은 연료 걱정 없이 태양계 밖에 있는 별(행성)에 가는 기술이다.

원리는 이렇다. 지극히 가볍게 만든 우주선에 태양광을 반사하는 거대한 돛을 단다. 그러면 태양에서 방출되는 광자(光子)가 돛에 부딪힌다. 처음에는 우주선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주는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살짝 밀기만 해도 가속이 붙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운항할 수 있다. 처음에는 시속 160km 정도의 약한 속도이지만 출발 100일 쯤 되면 무려 시속 1만6천km에 이른다.

2005년 첫 우주범선 ‘코스모스 1호’가 발사됐으나 실패했다. 2010년 일본이 야심찬 우주범선 ‘이카로스를 우주에 띄웠다. 이카로스는 마치 연처럼 생겼다. 우주선 본체에 한 변이 20미터 가량인 정사각형 모양인 돛을 달았다. 이 돛의 두께는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인 0.0075 정도이다.

사실 이 우주범선은 오래된 아이디어다.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1610년 4월 19일 갈릴레이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다음과 같은 말이 등장한다.

'거센 바람을 버틸 배나 돛이 있다면 텅 빈 우주를 겁 없이 항해할 자가 있다.' 

우주범선은 400년 만에 구현된 케플러의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이 우주범선 발상은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열린책들, 2013)에도 나타난다. 소설은  14만 4천 명의 지구인들이 희망을 찾아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대한 배 '파피용'을 타고 1천 년간의 우주여행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지구 밖 천체에 대해 놀랍고도 생생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생각의 혁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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