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는 유아들만의 비밀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유치원에는 유아들만의 비밀장소가 있다는 사실이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사진 픽사베이)

[더리포트] ‘대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자 유종의 미는 논문을 쓰는 일이다. 큰 뜻을 품고 박사나 석사 과정을 밟다보면 어느 새 ‘논문 학기’가 된다. 막상 닥쳐서 쓰려면 주제 선정부터 고민이 된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레퍼런스’를 조사해보는 일이다. 논문을 리뷰하다 보면 영감을 받게 된다.

이런 주제도 가능할까, 싶은 재미있는 논문을 소개한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음악연주활동 참여 동기-The Motivation of Adults for Participating in Community Performing Groups in Korea>(최은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전공, 2006)은 제목 그대로 보통 사람이 어떻게 음악 연주활동을 하게 되는지를 연구한 논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서 음악연주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16개 단체의 아마추어 연주자 총 28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음악연주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대졸이상이 압도적(전문대 포함, 83.7%)으로 많았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69.2%)이 많았고, 직업은 전문직의 비율(25.6%)이 높았다. 나이는 30대 이상(70.2%)이었으며 가정의 월 평균 수입은 높은 편이었다.

참여 동기는 음악적 능력(숙달)과  지적 동기가 많았다. 또한 이전의 음악적 경험이 음악연주활동 참여 동기에 영향을 주었다.

석사학위 논문 중에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앉은 자세가 척추기립근 근활성도에 미치는 영향-Effects of a wallet in the back trouser pocket on paraspinal muscle activity in sitting>(정원준, 연세대학교 보건환경대학원 인간공학치료학전공 2009)란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남자들 중에 지갑을 바지 주머니에 다니는 사람이 제법 있다. 이런 경우 지갑을 깔고 앉을 때의 상황이 신체, 특히 척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연구한 것이다. 분석은 지갑을 안 넣고 앉는 경우와 지갑이 1cm 두께인 경우, 3cm 두께인 경우를 나누어 성인 남자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연구의 결과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은 상태에서가 척추에 무리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론 척추의 비대칭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더 흥미로운 주제는 ‘<유치원에서 유아들의 비밀장소가 지니는 의미>(김혜영, 덕성여자대학교 대학원 유아교육학과, 2008)’라는 주제였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비밀장소를 갖고 있다는 자체가 특이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논문은 ‘유치원에서 유아들은 어떤 상황에서 비밀장소를 찾는가’와 ‘유치원에서 유아들이 만든 비밀장소에서 나타난 유아들의 행동 및 대화는 어떠한가’를 조사했다.

논문에 따르면 유아들은 ‘타인 즉 교사나 또래 유아가 쉽게 보기 어려운 구석진 곳에 비밀장소를 형성하였다. 비밀 장소는 총 7군데에 나타났다. 이를 테면 ’옷걸이와 소꿉놀이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비치된 놀잇감 장롱 사이 공간‘이나 ’교실 내 책상 아래‘ 따위였다.

유아들이 비밀장소를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또래 간 갈등이 일어나거나 교사의 개입과정에서 불만이 생겼을 때, 학급 규칙에 위배된 활동을 하고 싶을 때 비밀장소를 찾았다. 교사가 제안한 교육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활동을 할 때에도 비밀장소를 찾았다.

비밀장소에서 나타난 유아들의 행동양태도 흥미롭다. 유아들은 미밀 장소에서 유아들은 성인과 유사하게 비밀 지키기 행동을 나타내거나 또래와의 우정 관계의 결속과 연관된 행동을 보이는가 하면 학급 내에서 진행되는 주제 활동과 다른 흥미를 표현했다. 때론 가족관계에서 경험한 정서, 예컨대 불쾌한 감정 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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