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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知의 최전선②] 과학책 1천권 읽은 북칼럼니스트
[기획-知의 최전선②] 과학책 1천권 읽은 북칼럼니스트
  • 전동민 기자
  • 승인 2019.03.05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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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칼럼니스트이자 <친절한 과학책>의 저자 이동환 씨.

[더 리포트] 우리 사회에는 이 세계가 나아갈 항로를 맨 앞에서 이끄는 지(知)의 최전선이 있다. 때때로 그 전선은 지식의 높이와 지리적 장애로 난공불락이어서 보통사람이 접근하지 못한다. [더 리포트]가 그 현장을 찾아 삶의 지혜, 한 수를 전한다. -편집자 주

知의 최전선 한켠을 지키는 이들 중 한 부류는 독서가다. 책을 읽고, 마음속에만 담아둔다면 박식한 사람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좋은 책을 소개하고, 책 내용을 세상에 알리는 북 칼럼니스트는 지식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다. 책을 읽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은 이 ‘고리타분한’ 세상에 그들은 외부와 담을 쌓고, 시력을 쏟아 부으며 북 칼럼을 쓴다.

이 혼탁한 세계에서 없어선 안 될 지적 전사. 그들은 자기 안의 무지와 싸우고, 공부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여기는 안일과, 그렇게 살 여유조차 없는 바쁜 세상과 싸운다. 그럼으로써 미세먼지 가득한 사회에 한 모금의 산소를 공급한다.

그 중 한 명인 이동환 씨(60)은 회사대표를 하다 전업해서 2006년부터 북 칼럼니스트로 살고 있다. 책을 소개하는 일인 만큼 밥보다 더 챙기는 일이 독서다.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물을 필요가 없다. 그의 서재가 답해준다. 일단 놀라게 된다. 집 거실에 놓인 장서는 약 3천권. 흡사 중고책 서점 같다. 더구나 책 면면이 인문과 과학의 고전들이다. 그 목록들은 화려하고 짱짱한데, 그 중 1천권이 과학책이다.

그 숫자가 말해주듯, 그의 북 칼럼 중심은 과학이다. 과학 분야의 북 칼럼니스트는 귀하다. 읽고 또 읽어도 난해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좁게는 생물학부터 넓게는 우주학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에 걸쳐있다. 대부분 과학자는 한 우물을 판다. 깊다. 하지만 이동환은 넓이로 따지자면 만만치 않다. 

이동환 북칼럼니스트는 과학책을 1천권 넘게 읽은 독한 독서광이다.

그의 자택을 찾았다. 서재 구경을 한 뒤 마주 앉아 던지 첫 질문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 였다. 주섬주섬 책 2권을 꺼냈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동아시아. 2019)와 <던바의 수>(아르테. 2018)였다. 

“이와 비슷한 책이 서재에 많이 있던데 또 읽고 계시나요?“

그의 답은 이랬다.

“늘 새롭습니다. 다루는 분야가 과학인지라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읽을 때마다, 그 이전에 못 봤던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앞에 내놓은 책에 밑줄 친 문장 하나를 보여주었다.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거대한 힘과 겨룰 정도가 되는 인류세에 들어섰습니다. 인류세에서 물질적 진보는 세상을 더 문명화된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시달리는 지구에서는 무질서와 불확실성으로 과거에서 미래를 이어주던 끈이 닳아 없어져가고 있습니다."-<파란하늘 빨간 지구>, 11쪽

읽어보라고 하더니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문장을 읽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까, 놀랐습니다.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표현이죠. 표현 자체도 뛰어나고요. 자극과 영감을 동시에 받습니다.”

책 옆을 보니 포스트잇이 줄지어 있다. 책 안은 더 심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꼼꼼하게 읽는다.

“책을 소개해야 하는 직업이라, 한 문장도 허투루 보지 않습니다.”

지독한 직업의식이다. 그렇게 10년 이상을 읽어왔다. 요즘도 책 읽는 시간이 평균 4시간을 넘는다. 책을 손에 놓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쪽이 맞겠다. 대체 왜 그렇게 책을 많이 읽을까. 뿌려놓은 자산이 있음으로 적당히 읽어도 별 지장이 없을 텐데 말이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독서의 즐거움 때문입니다. 세상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묘미라고 할까요. 모르는 지식을 만날 때, 기발한 생각, 허를 찌르는 표현을 발견할 때 느끼는 짜릿함은 말로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지적인 오르가즘이라고 할까요.”

배움엔 끝이 없다. 새로운 것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의 최전선이다. 예컨대 암흑물질이 그렇다.

“최근 과학계는 암흑물질에 꽂혀 있습니다. 우주의 기원을 밝힐 열쇠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수많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부분은 고작 5% 정도입니다. 나머지가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입니다. 따라서 이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암흑물질을 잡아내려면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이 대기와 충돌하며 발생하는 ‘잡음’을 최대한 없애야 하며, 그에 가장 최적화된 곳이 지하라는 설명이다. 현재 세계 주요국들이 검출기를 지하에 설치하여 암흑물질을 찾아내려고 경쟁하고 있다고 한다. 찾으면 노벨상이란다.

오랫동안 이동환 북 칼럼니스트는 방송에 출연하고 잡지에 기고를 해왔다. 그러다가 2013년에 책을 썼다. 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친절한 과학책>(꿈결)이다. 그 덕에 오랫동안 강연 무대에 서고있다. 책이 한 사람의 삶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데려간 셈이다.

가장 좋아하는 과학 분야는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이다.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를 진화론의 관점에서 과학으로 설명한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학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근 그는 문학 책을 다독, 정독하고 있다. 왜 일까.

“문학의 가치를 재발견했습니다.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바래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위대한 문학가는 위대한 심리학자이다’라고요. 문학 작품은 심리학자 이상으로 사람의 심리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명작이 위대한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즉, 진화생물학과 문학은 인간 본성을 깊이 탐구한다는 점에서 공통부분이 있다. 이동환 북칼럼니스는 바로 두 분야를 아우르는 책을 펴내는 게 목표다. 일명 ‘다윈 문학비평’이다. 데이비드 바래시 부부가 쓴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사이언스북스, 2008) 같은 책이다.

그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그리고 앞의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를 꾹 찍었다. 고전 문학작품으로 <제인에어>(열린책들. 2011)를 추가했다.

이 책을 추천한 이유에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울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장 감명깊은 대목으로 주인공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가 재회하는 장면을 꼽았다. 화재로 인해 눈을 다쳐 볼 수 없는 처지가 된 로체스터는 연인을 만지며 존재를 확인한다. 좀 길지만 인용한다.

“...볼 수는 없지만 만져봐야겠소. 그렇지 않으면 심장이 멈추고 내 머리가 터져 버릴 것이오. 당신이 무엇이건, 누구건, 제발 만져 볼 수 있게 해줘요. 안 그러면 내가 살 수 없소“

그가 더듬었다. 나는 그의 헤매는 손을 잡고 그 손을 내 양손으로 감쌌다.

제인에어

“그녀의 손가락인데!” 그가 소리쳤다. “그녀의 작고 가는 손가락이야! 그렇다면 다른 부분도 틀림없이 있을 거야.”

억센 그의 손이 내 손에서 풀려났다. 내 팔이 잡혔고 내 어깨와 목과 허리가 잡혔다. 나는 그에게 부둥켜안기고 그와 합쳐졌다.

“제인이오? 도대체 어떤 존재요? 이건 분명히 그녀이 몸이고 그녀의 체격인데...”

“그리고 이건 그녀의 목소리예요.”

내가 덧붙였다. “그녀가 전부 여기에 있어요. 그녀의 마음도요. 당신에게 하느님 축복이 있기를! 다시 당신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제인 에서! 제인 에어!” 그는 그 말밖에 하지 않았다.

“저는 제인에어예요. 제가 당신을 찾아냈어요. 당신에게 돌아왔어요.”

“정말이오? 살아서 말이오? 살아 있는 내 제인이오?”

“절 만져 봐요. 안아 보세요. 충분히 꽉 안아요. 저는 시체처럼 차갑지도 않고 공기처럼 공허하지도 않아요.” <제인에어> 하권 7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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