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인문학자가가 고양시 모당공원작은도서관에서 '작가의 독서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더 리포트] 독서 인구가 점차 줄고 있다고 해도 꾸준히 도서관을 찾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독자와 작가의 독서법은 어떻게 다를까? 지난 17일 김경윤 인문학자가가 고양시 모당공원작은도서관에서 “작가의 독서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 작가는 묵직한 주제의 강연을 쉽고 재미있게 하기로 유명하다. 그동안 자유청소년도서관의 관장으로 청소년과 학부모,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994년 첫 책 『철학사냥1』을 쓴 이후 『철학의 쓸모』,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처음 만나는 동양고전』, 『장자, 아파트 경비원이 되다』, 『청소년 농부 학교』,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 등 지금까지 24권의 책을 썼다.

이날 김 작가는 “독서가 쉬운 것 같지만 고도의 지적인 행위로, 지구상 생물 중 인간만이 가능하다. 머릿속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의미”라면서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세계를 담고 있는가에 따라 글을 읽으면 생각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이어 “책을 읽으면 강에 배를 대고 건너편으로 가는 것과 같다. 배 보다 제3 한강교 처럼 다리를 놓고 가는 게 더 편하다”면서 “한번 길이 놓여지면 가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어려운 책을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밥을 많이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듯이, 책을 그냥 많이 읽는다고 해서 머리가 좋아지거나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야지, 그냥 읽기만 하면 잊어버린다”고 강조했다.

김경윤 작가가 작가들의 독서법의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일반 독자들의 독서법은 베스트셀러 위주의 유행 편승형, 무지타파형, 지적과시형으로 그냥, 혹은 호기심 때문에 읽는다. 일반 독자는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 끝나지만, 작가는 책을 읽고 나서가 독서의 시작이다. 작가는 책을 읽을 때 보다 덮고 나서가 더 설레고, 더 재미있다. 독서 후 ‘작가가 말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에 대해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해야 되나, 나의 생각으로 바꾼다면, 나라면 어떤 책으로 만들어야 할까’ 등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스피노자에 대한 책을 읽고 쉽게 풀어 <스피노자 퍼즐을 맞추다>라는 책을 썼고,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화자를 말몰이꾼 창대로 바꿔 <박지원, 열하로 배낭 여행 가다>를 집필했다. 후자의 경우 화자가 바뀌니, 시점, 사건, 해석이 완전히 바뀌어 더 재미있어졌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이 그에게는 오늘날의 세계를 꿈꿀 수 있는 밑천이 됐다.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으나 자신의 사이즈가 그 시대까지 커졌다. 커진 다음에 그것이 자신한테 수렴돼 작품이 됐다. 그가 다작을 하는 비결도 독서를 할 때 목적을 가지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할까? 그는 책을 읽고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무슨 질문을 하고 있나? 그 질문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책 내용에 동의하나? 등을 물어보고 창의적인 생각을 적어서 서평을 쓸 수도 있다. 책을 읽고 핵심 내용을 요약한 후 내 생각을 정리해서 써보는 것도 좋다. 이것을 초서라고 한다. 내가 읽는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베껴쓰고 내 생각을 쓰거나, 책에 밑줄을 치고 내 생각을 써도 좋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뇌에 남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할지 의도를 가지고 읽어야 기억에 남아요. 뇌에 고속도로를 놓기는 힘들지만, 한번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 가기가 쉬워져요. 저는 책을 읽을 때, 만화책이라도 연애를 하는 마음으로 읽어요. 그러면 그 책은 저한테 절대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죠. 철학책을 빨리 읽는 것도, 읽다 보니까 고속도로가 뚫려서 빨리, 쉽게 읽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그 분야에 고속도로가 뚫렸다는 거예요. 우리 모두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의 의도와 의지에 달려 있어요.“

일반 독자들은 ‘삼각형 독서법’으로 넓고 얇게 확산되는 독서를 하지만, 작가들은 ‘다이아몬드형 독서법’으로 응집과 확산을 추구한다. 이때 작가의 힘은 메모하기다. 그것들이 모이면 초고를 쓰고, 재고, 삼고를 쓴다. 훌륭한 작가들도 처음에는 용기 내서 쓰고, 고치고 고치고 고쳐서 책을 내는 것이다.

끝으로 김 작가는 “앞으로는 책만 읽지 맑고 독서모임에 참석해 말해 보고, 공동체에서 강사가 되어 강연을 하거나, 작가가 돼서 글을 써보기 바란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를 주선한 모당공원작은도서관의 김정희 관장은 “고양시를 대표하는 인문학자를 모시고, 나는 책을 잘 읽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는지 알아보자는 의도로 행사를 기획했다”면서, “오늘 이전과 이후에 여러분들의 책 읽기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에 개관한 모당공원작은도서관은 주변에 신규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섰는데도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던 차에 생겨 주민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공간이다. 매달 주제를 정해 도서관 입구에 책을 전시 중이고,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를 대상으로 ‘그림책 읽고 캐릭터 인형만들기’를 진행했고, 그림책 작가를 초대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한성민 그림책 작가와 엄혜숙 그림책 평론가가 강연을 했다.

60대 중반의 한 참석자는 “강연이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고,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주로 육아 서적을 보고 있는데, 강의 덕분에 독서를 통한 경험, 지식, 미래에 대한 사고의 확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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