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국가 간 비공개를 전제로 협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56) 변호사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협상 문서를 비공개한 데 대한 비공개처분 취소소송(2017누34263)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는 국가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의 공방에서 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2015년 12월 28일 타결되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아베 총리가 사죄하는 등의 내용이다.

앞서 1심은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문서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로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면 피해자 뿐만 아니라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그 합의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한일 국장급 협의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 주체 및 존부 등에 대한 일본 측 발언이 기재돼 있어 일본과의 외교적 신뢰관계에 다소 불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정보공개법의 입법 목적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문서를 공개할 경우 한일 외교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공개된다면 일본 측 입장에 관한 내용이 일본의 동의 없이 외부에 노출됨으로써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쌓아온 외교적 신뢰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외교 관계의 긴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우리나라가 일본 외에 다른 나라와 조약이나 협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상대방 국가가 비공개를 전제로 한 양국의 협상 진행내용이 우리나라를 통해 언제든지 공개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신뢰가 하락하고, 국가 이익을 위한 대외적 외교활동을 추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협의 내용을 공개하는 건 외교적·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며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 사이에 민감한 사안인 만큼, 협의의 일부 내용만이 공개되더라도 협의의 전체적인 취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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