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한 네티즌이 숫자 7을 세 개 겹친 도메인 'www.777.com'을 등록하려 했다. 7이란 숫자가 행운의 숫자이니 사이트 이름으로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소유자가 있었다. 그러자 7777을 검색했다. 그것도 누군가에게 선점되었다. 이 네티즌은 숫자 7을 더해서 검색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계속, 이미 등록되어 있었다.

2000년 초 인터넷 시대가 본격 도래 하면서 생긴 진풍경 중의 하나다. 돈 되는 도메인을 선점하는 일이 비즈니스가 되던 때였다.

특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발명의 방법 중 하나는 조합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해 새로운 물건을 만든다. 이를테면 지우개 달린 연필은 연필에 지우개를 결합시킨 것이다.

때로는 말이 안 되는 듯하지만, 아이디어는 종종 황당한 사고 속에서 싹튼다.

생활용품인 주전자에도 나름 기발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들이 특허청에 등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중탕 주전자. 무언가를 간접적으로 열을 가해 데우거나 찌기 위한 기능을 넣은 것이다.

물 넘침 방지 기능, 온도제어 기능, 보온 기능을 넣은 특허도 있다. 손이 데이지 않게 온도가 표시되는 주전자는 어떻겠느냐는 발상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샤워기처럼 주전자 꼭지를 만들어 분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주전자, 안쪽이 훤히 보이는 누드 주전자, 주둥이 뚜껑을 자동으로 열고 닫는 기능의 주전자도 등록되어있다. 심지어 시력장애인을 위한 점자 기능 주전자 아이디어도 있다.

주둥이가 둘 달린 주전자 아이디어.
주둥이가 둘 달린 주전자 아이디어. (그래픽 제공-특허청)

이 중 주둥이를 두 개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있다. 왜 둘이어야 할까. 만약 배출구를 두 개로 한다면 어디에 달아야 할까. 아마, 기존 주둥이와 반대쪽에 주둥이를 추가하는 모양을 떠올릴 수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특허등록된 그 주전자는 실용성을 위해서였다.

보통 물을 빨리 따르기 위해 주전자를 급하게 기울일 경우 물이 뚜껑으로 흘러나와 버린다. 해당 발명품은 기존 주둥이의 위쪽에 추가 주둥이를 달아 수량조절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발명의 포인트를 잡은 발상이다. 뜨거운 물을 따를 때 물이 넘치면 손을 델 우려가 있으니 말이다. 발명은 불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혹시나 해서 주둥이가 셋인 주전자가 있나 찾아봤다. 있었다! 기능은 단순했다. 여러 잔에 내용물을 주전자로부터 옮겨 닮기 위해서였다. 특허 출원 됐다.

설마 주둥이가 넷 혹은 다섯인 주전자가 있나 살펴봤지만, 없었다. 그렇긴 하다. 주둥이 수는 ‘7’자만큼 중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7자가 연속된 도메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덟, 아홉자리까지 co.kr이나 com모두 등록되어 있다. 10개가 되어서야 비로소 co.kr이 비어있다. 닷컴은 열 한자리, 열 두자리까지 등록되어 있다. 그 이상은? 지쳐서 검색을 못했다. 

혹시 이 대목에서 웃을지 모른다. 그러나 웃기 전에, 당사자는 무언가 필요에 의해 혹은 영감을 얻어 도메인을 등록했다는 점을 떠올리며 경건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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