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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혁신⑦] 뇌에 쇼크를 주어 창의력 기르는 '이종교배'
[생각의 혁신⑦] 뇌에 쇼크를 주어 창의력 기르는 '이종교배'
  • 전동민 기자
  • 승인 2019.04.18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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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포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ōgitō ergo sum

데카르트의 이 유명한 말에서 ‘생각하다‘는 라틴어 동사 ’코기토 Cōgitō‘는 ’함께 섞는다‘라는 어원을 지니고 있다. 생각은 무언가 존재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대상‘에 느낌이 더해져 생각이 완성된다.

창의력도 그렇다. 창의력에 관한 모든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아이디어는 기존 요소의 결합‘이라는 문장이 된다. 무언가가 내 안에서 섞이어 섬광과 같은 아이디어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중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 즉 ‘이종교배’는 잠자는 창의성을 억지로 건드려 깨우는 방식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신화와 전설에서 나타난 인간과 동물의 결합이 좋은 예다. 이집트 피라미드 앞의 사자인간, 스핑크스가 대표적이다.

1864년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3는 그리스 신화 오이디푸스에 나오는 스핑크스를 그림으로 그렸다. 비극의 주인공인 오이디푸스는 괴물이 내는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의 영웅이 된다. 바로 그 괴물이 스핑크스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Oedipus and the Sphinx) 1864년.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Oedipus and the Sphinx) 1864년.

귀스타브 모로의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는 스핑크스를 다룬 작품 중 최고다. 남자의 가슴에 폴짝 뛰어 올라탄 여자의 형상이나, 기괴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자의 표정, 그리고 전체적인 구도가 인상적이다.  

이 이종교배는 역사를 이어 마르지 않는 창의성의 샘이 됐다. 이종교배의 또 다른 상징은 ‘인어’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인어공주>를 통해 우리에게 물고기와 바다에 대한 환상을 심었다. 이는 얼굴은 여인, 몸은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Siren’을 능가한다.

'집합적 발명Collective Invention. 1934년
'집합적 발명Collective Invention. 1934년

인어공주의 환상을 깬 이는 화가 르네 마그리트다. 단지 상체와 하체만 바꿨을 뿐인데 그 괴기스러움이 주는 충격은 크다. 인어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산산조각 냈다.

그런데 이런 인어의 원조는 따로 있는데 바로 중국의 신화집 <산해경>BC 4세기 추정 에 나오는 ‘인어 아저씨’다. 이후 당송 시기에도 인어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바다의 인어가 동해에 살고 있다. 큰 것은 길이가 5, 6척인데 모습이 사람과 같다. 눈썹, 눈, 코, 입, 머리가 모두 아름다운 여인과 같으며 그 어느 하나도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피부는 희기가 옥 같고 비늘이 없다. 

중국 고전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 그림.
중국 고전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 그림.

이종교배는 발명 분야의 용어로 치면 ‘더하기’다. 아이디어를 내는 매우 중요한 방식이다.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하면 혁신이 이뤄진다.

우리는 신화 뿐 아니라 작가의 집필실과 첨단 IT 현장, 과학의 실험실, 심지어 매일 식탁에서도 이종교배의 결과물을 목격한다. 이야기를 버무리고, 제품의 기능을 통합하며, 화학반응을 시키고 접붙임을 한다. 그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작품과 이론, 그리고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얻는다.

문학에서 한 예는 다다이즘(dadaism)에서 나온 ‘시 쓰기 기술’인데 이종교배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다다이즘을 이끈 루마니아 태생의 시인 트리스탄 차라Tristan Tzara 1896~1960 가 발표한 내용이다.

'신문을 들어라. 가위를 들어라. 당신이 시에 알맞겠다고 생각되는 분량의 기사를 이 골나내라. 그 기사를 오려라. 그 기사를 형성하는 모든 낱말을 하나씩 조심스레 잘라서 자루 속에 넣어라. 조용히 흔들어라. 그 다음에 자른 조각을 하나씩 꺼내라. 자루에서 나온 순서대로 정성스레 베껴라. 그럼 시는 당신과 닮는다. 그리하여 당신은 무한히 독창적이며 매혹적인 감수성을 지닌, 그러면서도 무지한 대중에겐 이해되지 않는 작가가 될 것이다.' 

미학자 진중권은 “이는 레이메이드(신문)와 우연의 놀이(추출)를 결합시켜 입체주의 기법(콜라주)의 기능을 전환하는 다다(dada) 기법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만들어진 재료에 재료를 더하면 우연의 시가 탄생한다는 뜻이다. 이종교배의 법칙은 가위 하나로 시인을 만든다!

이런 마법을 보면, ‘생각하다, 코기토 Cōgitō‘의 어원이 ’함께 섞는다.‘라는 사실은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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