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한 노신사가 런던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났다. 얼굴과 몸을 얻어맞고 4억 원어치의 금품을 빼앗겼다. 강탈당한 물건 중에 명품 시계 ‘위블로Hublot’가 있었다. 강도에게 폭행을 당하면 어디로 가겠는가. 당연히 병원이다. 

이 노신사는 그 대신 위블로 시계 회사에 전화를 걸어 ‘당신네 시계 광고를 찍자’고 말했다. 그런 다음 자신의 멍든 얼굴을 찍고, 문구 하나를 적어 위블로 회사에 보냈다. 그 광고 내용은 이랬다.

‘See what people will do for a Hublot(누군가 위블로를 갖기 위해 한 짓을 보라)’

강도들이 명품 위블로를 얼마나 갖고 싶었으면 그런 못된 짓을 했겠냐는 뜻이다. 이 광고는 유럽의 유명 신문에 실려 큰 화제가 됐다. (2010년 12월 8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와 ‘헤럴드 트리뷴’)

해외 언론에 소개된 위블로 광고.
해외 언론에 소개된 위블로 광고.

자동차경주 F1의 운영사인 FOM Formula One Management의 버니 에클레스턴Bernie Ecclestone 회장 이야기다. 강도를 당한 상황을 역전시켜 광고를 낼 생각을 하다니 정말 못 말리는 아이디어맨이다. 그 발상의 로직은 역발상이다.

엘리베이터의 거울은 역발상의 대표적 사례다. 고객들이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불만을 제기하자 기기를 대체 하거나 고치는 대신 실내에 거울을 달아 문제를 해결했다.

비슷한 예로 미국의 비디오 체인점 ‘스타 비디오Star Video’가 있다. 비디오가게가 번성했을 당시, 이 회사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비디오를 대여해 간 소비자들이 테이프를 되감아 오지 않는 것이다. 이 체인점은 고객들에게 다음처럼 말했다.

“비디오테이프를 되감은 뒤 반납해 주세요.”

그러나 이용자들 중에는 여전히 당부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그로 인해 테이프를 되감아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까. 아마 충성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문제를 해결한 이는 비디오 가게의 한 여직원이었다. 그녀는 비디오테이프 스티커에  다음처럼 글을 썼다.

'시청한 테이프는 되감지 말고 그냥 반납하세요. 단, 비디오를 보기 전에 꼭 테이프를 되감으십시오.‘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 후 각 가정에서는 미리 테이프를 감은 뒤, 비디오를 보는 문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혀 뜻하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해결됐다. 답은 역발상에 있었다.

다른 예는 미국 출판계 이야기다. 어느 나라 출판사나 유명한 저자를 발굴하는데 힘을 쏟는다. 훌륭한 저자 하나 잘 잡으면 대박을 칠 수도 있고 꾸준히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1989년 미국에서 ‘윈드스톰 크리에이티브Windstorm Creative’라는 특이한 출판사가 만들어졌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뭐라고 번역해야 할까. ‘창의성이 폭풍처럼’이라 하면 어떨까 싶다.

이 출판사는 대형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작가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전략 역시 유명 저자 대신 큰 출판사에서 냉대를 받는 무명작가들을 영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종의 무명들의 반란이다. 이 ‘창의성이 폭풍처럼’ 출판사는 지금도 대형 출판사가 신경 쓰지 않는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한다.

핵 발전의 결과물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처리 방법도 이런 역발상 아이디어의 연장선상에 있다. 방사성 폐기물은 보통 깊은 땅을 파고 매립한다. 이 경우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후세 사람들에게 알리는 점이 문제다. 이와 관련,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한다.

먼저 ‘위험’이라고 쓰자는 안이다. 괜찮아 보인다. 그러나 수백 년이 흐른 뒤 후손들이 이 ‘위험’이란 단어를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어보다 표시는 어떤가. 해골이나 가위표 같은 그림말이다. 이 방법도 문제가 있다. 후대 사람들은 해골 표시를 위험 표식으로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가짜 매립지’라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만약 깊은 지하에 방사성폐기물을 묻은 뒤, 그 위 약 2~3킬로미터 땅 아래에 가짜 ‘물건‘을 묻어놓자는 것. 후손들이 파더라도 가짜 매장물을 보고 ‘이 땅은 위험하고 쓸모없으니 파지 말자‘는 반응이 나오게끔 하자는 주장이다.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이지만 실제로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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