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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섭의 문장강화⑫] 순간을 접어놓다
[임정섭의 문장강화⑫] 순간을 접어놓다
  •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소장
  • 승인 2019.04.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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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포트] 지적인 작업에 도움이 될 문장,  음미하고 사유하면 좋을 문장과 활용법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도그지어라는 건 책장의 한쪽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놓는 일을 뜻한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접어놓는다.'- 김연수

도그지어(dog's ear)란 개의 귀를 말한다. 개의 귀는 사람과 달리 늘 접혀있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해당 페이지 아래나 위 쪽 일부를 접어 세모 형태로 만들어 놓는다. 포스트잇을 하거나 밑줄을 긋는 일과 같다. 인상 깊은 내용을 기억해 두려는 행위다.

책은 수많은 쪽으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 접히는 쪽은 많지 않다. 그러니 도그지어를 표시한 페이지는 소중하다. 우리의 삶도 하루라는 수많은 낱장으로 되어 있다. 그 중에 포스트잇을 하는 날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만약 그 수가 매우 적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접히는 순간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앞의 문장이 재치 있게 느껴지는 대목은 '순간을 접어놓는다.'는 표현이다. 도그지어의 '접는 일'과 호응하기 때문이다. 만약 매력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그 순간을 '기억해둔다.'라거나 '찜해둔다'라고 했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문장이 되었을 것이다.

접는 대상이 '순간'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종이는 누구나 접지만 순간을 접는 일은 누구나 하지 못한다. 그 파격이 문장을 기억하게 한다. 김연수 방식으로 하면 '접어놓게' 한다. 문장을 활용해보자.

'매력적인 여자를 만났을 때 나는 그 순간을 책장 한쪽 귀퉁이에 하듯이 접어놓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밑줄을 그었다.'

'일상에서 종종 영감이 떠오를 때면, 나는 그 순간을 포스트잇 해두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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